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이후 비교적 안정을 되찾아온 한국 경제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고유가 충격, 미국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포기선언 등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환율과 금리가 급반등하는 등 금융시장은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한 ‘안전판’역할을 해야 할 제2차 기업·금융구조조정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위기에 대처해야 할 정부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정치권은 한술 더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97년 외환위기 직전과 비슷하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우 처리지연으로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져 외국인 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갈 경우 주가폭락과 환율 급등으로 또 다시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총체적 위기에 빠진 경제를 부문별로 긴급 점검한다.

금융시장 동맥경화

정부의 자금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돈이 돌지 않아 기업들은 여전히 돈가뭄에 시달리는등 금융시장의 동맥경화증세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으로 가뜩이나 은행들의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포드의 대우자동차인수 포기에 따른 추가자금부담으로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몸을 사리고 있다.

시중자금은 우량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에 계속 몰리고 있으나 정작 기업들에게는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회사채매입이나 기업대출은 위험가중치가 높다는 이유로 기피한채 개인대출이나 국·공채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따라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견기업들은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 아우성을 치고 있다.

그나마 이들 기업은 2~3%포인트 가산금리를 물고서도 회사채발행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견기업들의 자금난에 다소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왔던 채권담보부증권(프라이머리 CBO)발행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프라이머리 CBO는 추석이후 10월까지 4조원대의 발행이 계획돼 있었으나 최근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발행사들이 발행일정을 미루고 규모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가 발행사에 BB+이하인 투기등급 회사채를 30%이상 편입토록 요구하고 있으나 신용보증기관에서 신용부족 등을 이유로 일부회사채 편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자금시장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으로 중견기업들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라며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을 앞당겨 시장불안심리를 해소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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