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을 만나러 갔던 고창 선운사에서 걸음을 더 남쪽으로 향하게 했던 것은 오직 섬진강이었다. 시인 정희성이 쓴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시상은 섬진강변에서 떠올리지 않았을까 상상될 정도로 섬진강은 지리산의 아픔과 넉넉함을 골짝골짝 훑고 내려와 잔잔히 흐르면서도 일이 끝나 저물어 삽을 씻고 슬픔도 묻어버릴 수 있을 만큼 스스로 깊어가는 강이기 때문이다. 한껏 절정을 이룬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지점인 압록에서 참게탕을 먹고 나서 내친 김에 보성강변을 따라 더 걸음하다가 태안사를 만났다.

ⓒ 매일노동뉴스 이정희


절집의 가장 높은 곳에는 태안사의 혜철스님의 부도와 탑비가 모셔져 있고 부도탑 곁에는 동백나무도 있다. 그런데 태안사란 절집의 아름다움은 바로 부도탑으로 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배알문(拜謁門)’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단을 급하게 만들어 누구나 배알문을 우러르게 하였고, 문의 키가 너무 낮아 누구나 안으로 들어설 때는 고개를 숙이도록 배려해 놓았다. 늘 마음을 아래로 내린다, 마음을 가장 낮은 곳에 두라는 ‘하심(下心)’을 가르치는 문처럼 느껴진다.

▲ "태안사의 아름다움은 바로 부도탑으로 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배알문'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노동뉴스 이정희

배알문의 아름다움은 문 기둥의 자연스러움에도 있다. 커다란 나무를 켜서 저리 미려한 곡선이 나오게끔 다듬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무척 지난한 작업이었을텐데 저리되기까지 정성스럽게 다듬었을 신심이 엿보여 더욱 감탄스럽다.

▶찾아가는 길 : 광주나 곡성에서 직행∙완행버스를 타거나, 차를 몰고 간다면 곡성읍에서 구례방면 17번 국도로 가다가 압록 삼거리에서 반월교를 건너기 전에 보성강을 끼고 18번 국도로 6km정도 가다보면 태안사로 들어가는 태안교를 만나게 된다.


이정희 기자(goforit@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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