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간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총선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남기고 끝난 이번 총선은 이후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죠?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약진하며 대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끌자 벌써부터 당에 대한 견제와 흠집내기가 시작되는 양상입니다. 16일 오후에는 민주노동당 중앙당에 한 시민이 전화를 걸어서 “빨갱이들, 공산당들”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하네요. 전화를 받던 당직자는 그만 화가 나서 “뭐! 빨갱이!”이라고 고함을 질렀고, 무슨 일인가 하고 기자들이 뛰쳐나오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또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노회찬 당선자가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여전히 지역주의가 강고하다”고 발언하자 당 게시판 등에서 노 당선자를 겨냥하는 비판글들이 도배되기도 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이제 3당의 지위를 확보했으니, 당직자들도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면서, 괜한 오해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네요. 또한 민원전화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부서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방송 토론프로그램에서도 민주노동당 모시기 경쟁이 심하다고 합니다. 또한 외교통상부 소속 핵심사무관이 민주노동당으로 가겠다며 사표를 낸 일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브라질 노동자당(PT), 독일 사민당(SPD) 등 각국의 집권 진보정당에서 축전도 연이어 날아오고 있다고 하네요. 권영길 대표가 총선 직전 기자회견에서 말한대로 민주노동당이 의회진출을 하니 기사거리는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민주노동당 기자실에 상주하는 기자들이 대거 늘어나 자리가 부족할 지경입니다. 민주노동당은 5층 전체를 임대해 브리핑룸을 설치할 계획인데, 이미 40~50여명의 기자들이 상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자리 전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네요. 한 당직자는 16일 오전 기자회견에 70여명의 기자들이 몰리자 “2000년 창당 이래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오기는 처음”이라며 희색이 만연했는데요, 그동안 원외정당으로 홍보에 애를 먹던 민주노동당의 한가지 고민은 확실히 해소됐습니다.

-하지만 당에 대한 감시와 다양한 관점의 비판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테면 보수언론에선 민주노동당의 색깔을 감시하기도 하겠죠. 벌써 민주노동당 일각에선 조선일보 취재거부 등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더군요. 민주노동당이 대언론 활동을 어떻게 펼칠 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입니다. 참, 언론에서 ‘민노당’이란 표현이 없어지고 ‘민주노동당’이라고 제대로 표기할 지도 주목되네요.

민주노동당 “화환사절”, 녹색사민당 “… …”

-총선 이후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재미있는 팝업창이 떠 눈길을 끌었습니다. 화환을 사절한다는 내용이었죠. 사람이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축하화환이 왔는지 알겠습니다.

-울산북구 조승수 선본 사무실에도 수십개의 화환이 들어왔는데요, 화환을 배달한 한 꽃집 직원이 “우리 가게보다 꽃이 더 많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조승수 선본에선 그동안 선거운동에 열심히 나섰던 ‘아줌마 당원’들에게 화분을 분양한다고 하더군요.

-반면 같은 여의도에 당사를 두고 있는 녹색사민당 표정은 너무 대비돼,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녹색사민당 지지율이 너무 낮게 나와 한국노총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개표결과가 발표되던 날,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당직자들과 한국노총 간부들도 도저히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었습니다. 3%는 어렵다 하더라도 조합원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는 표가 나와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0.5% 정도의 득표에 머물자 모두들 할말을 잃은 채 무거운 침묵만 당사에 흘렀습니다. 더구나 장기표 대표가 출마한 동작갑은 선거 마지막날까지 나름대로 기대했던 지역인데 5위에 그치자 당직자들의 충격이 컸습니다.

-이제 한국노총으로서는 이번 사태를 얼마나 빨리 수습하느냐가 과제로 남았는데요. 월요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도부 거취가 발표된 이후 혼란기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 지도부들 생각입니다. 한 간부는 “한국노총이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 여전히 지도부 중심의 활동에 그쳤다는 점을 반성하고 있는 만큼 이후 사태수습 과정에서도 현장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노총도 이제는 ‘총선투쟁’을 정리하고 임단협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이번 노동절 행사에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할 것을 예상하는 등 총선 이후 달라진 환경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또한 민주노총은 총선 이후 노사정 대화틀과 관련한 내부 공론화 작업을 거치겠다고 밝혀 이 논의과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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