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이번 총선부터 도입된 1인 2표제에 따라 비례대표들을 대거 진출시키는 선거운동 전략을 구사한 점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고 분석한다.

다음은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인터뷰 내용이다.

심상정(1번)
“국회의원 활동의 중심은 민주노동당”

서울노동운동연합 중앙위원장
민주금속연맹, 금속산업연맹 사무차장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2월 민주노동당 당대회 부의장
민주노동당 대의원, 중앙위원

노동계와 여성계의 대표주자로 인정받아 비례 1번을 받아 일찌감치 원내 입성이 확정된 심상정(46) 당선자. 16일 주위로부터 축하전화를 받고 방송토론에 다니느라 짬이 없는 심 당선자는 “반세기만에 진보정당 의원들이 국회에 들어가게 되니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노동계와 여성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막중한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어, 의원보다는 여전히 노동운동가로 기억될 것 같은 심 당선자는 “어느 상임위에 배정해도 최선을 다해서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심 당선자는 민주노동당 당선자 분포의 특성상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보이는 ‘환경노동위’에 대해서 “이 분야에서는 훌륭하고 적합한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교육위나 보건복지위에서도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상 노동자 민중이 주인되는 사회의 근본변혁에 연결되는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심 당선자는 개별적인 민원성 요구가 들어오면, 당을 중심으로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단병호(2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원내진출 아니다”

동아건설 창동공장노조 초대 위원장
전국노동조합협의회 1-4대 위원장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민주노총 3대 위원장
민주노총 지도위원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현실화된 대표적인 상징인물로 보일 수밖에 없는 단병호(56) 당선자는 15일 저녁 당선이 확정된 뒤에도 쉽게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단 당선자는 “국민들이 4년 동안 국가를 책임질 국회의원을 뽑는데 민주노동당에 더 많은 지지를 해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16명의 비례대표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단 당선자는 또 “당선의 기쁨보다는 보수‧수구‧무능정치를 심판한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선택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모든 당선자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따라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원내 진출’과 ‘국회에서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일반 언론의 관심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까지 드러냈다.

“개인이 국회에 진출했다는 식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국회에 진출하는 것은 보수수구세력에 대한 혐오감과 이대로는 안된다는 국민의식이 반영됐다는게 중요하다. 어떤 변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냉정하게 말하면 우문이다. 그동안 노동자로 살아 왔고 그 활동공간만 국회로 옮기는 것이다. 그것만이 내가 가야할 길이다. 한마디로 (단병호 개인에 대한) 새로운 변화는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단 당선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환경노동위에서 비정규직 차별해소 등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영순(3번)
“지방분권 활성화 시키고 싶어”

울산민주화교사협의회 간사
울산여성실업대책위 공동대표
울산광역시 동구청장
울산여성회 이사
민주노동당 울산시지부 여성위원장

“울산동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쉽게 웃음이나 감격의 눈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영순(43) 당선자도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쉽게 당선의 기쁨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 당선자는 동구청장 시절 특수고용직으로 이루어진 홍익매점노조의 설립필증을 내주는데 앞장 선 것으로 노동계에는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날 이 당선자의 당선이 확정되고 난 뒤 가장 기뻐한 노동계 인사도 철도노조 홍익매점본부 전평호 위원장이었다. 전 위원장은 “노조 설립필증이 나왔을 때보다도 더 기쁘다”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구청장을 맡았던 이 당선자가 마음에 두고 있는 국회 상임위는 행자위이다.

이 당선자는 “현재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문제나 통일 문제 등 급하게 해결해야할 사안이 많지만 지방분권 강화를 통해 서민과 함께하는 행정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자는 비례대표 후보로 결정된 뒤 나타났던 개인 신상문제와 관련해서는 “현대중에서 비정규직노동자의 자살로 현대 자본과의 중요한 싸움을 앞두고 그런 일이 생겨 안타까웠다. 중요한 투쟁을 앞두고서는 그 유불리함을 보고 문제제기가 돼야 한다”며 “이후 당이 요구하는 도덕성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천영세(4번)
“조직의 결정과 판단에 따를 것“

한국노총 정책위원
전노협 상임지도위원
전국연합 공동의장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민주노동당 부대표

민주노동당 선거대책위원장이면서 당 부대표이기도 한 천영세(62) 당선자는 ‘선대위원장이 아닌 당선자로서의 소감을 말해 달라’는 기자의 강조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당선자로서의 개인 의견은 되도록 말을 아꼈다.

천 당선자는 “감격스럽기 이전에 민중들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혼신을 힘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깨가 무겁다”고 입을 열었다.

다른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의회 진출 이후에 일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서 희망사항을 밝히는데도 천 당선자는 선뜻 개인 희망을 얘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총선에 총력을 기울이다 보니 개인희망사항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며 ”선거 초기 환경노동위를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환노위에는 단병호, 심상정 당선자 같은 노동계 출신들도 많으니 그들이 그 역할을 해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당선자들의 전문성,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될 일”이라고 말했다.

의회 진출 뒤 예상되는 개인적인 환경 변화에 대해서도 “모든 것은 당내 공식 논의 기구를 통해 결정될 일”이라며 “모든 운동가들이 그렇듯이 개인적인 변화에 대해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순영(5번)
“여성‧비정규 노동자 보호 앞장”

YH무역 노조 위원장
부천여성노동자회 창립, 회장
제1,2대 부천시의원 및 시의회 운영위원장
민주노동당 부대표
경기여성연대 공동대표

‘공순이’ 최순영이 ‘영애(令愛)’ 박근혜와 이제 여의도 1번지에서 맞짱을 뜨게 됐다.

“진보정당 50년사에 처음있는 원내진출이 가슴벅차고, 또 그만큼 짐도 무겁다. 많은 국민들이 보내 준 진보정치에 대한 열망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당원과 또 지지자들과 함께 ‘다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

열여덟 나이 가발공장 공순이에서 박정희 군부독재를 무너뜨린 YH사건의 주역이자 여성노동운동의 살아있는 역사인 최순영(52) 당선자는 그 자신의 삶이 그랬듯이 앞으로도 비정규‧여성노동자들의 위한 의정활동을 펼 생각이다.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이고 40~50대 여성노동자들이 한달 50~60만원 임금을 받으며 고된 노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고용불안 없이, 차별없이 제대로 보호받으며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활동의 역점을 두겠다.”

상임위는 당의 판단을 따라야겠지만 그가 희망하는 곳은 환경노동위 또는 보건복지위. 1,2대 부천시의원을 맡으면서 주부 의정감시단을 꾸려 제대로 된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해 왔던 경험을 되살려 특히 제대로 된 비정규‧여성노동자 보호입법을 만드는 한편 정치에서 소외됐던 여성들을 정치의 주인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단다.

강기갑(6번)
“국가기간산업인 농업 보호‧육성에 앞장”

한국가톨릭농민회 경남연합회장
전농 경남도연맹 의장
전농 농가부채대책위원장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장
전농 부의장

강기갑 당선자(52)는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인 16일 오전까지도 약간 상기된 목소리였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은 노동자, 농민,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인정받고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세상을 앞당기는 투쟁이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평생을 농부로 또, 농민운동가로 살았던 그는 이제 그동안 숱하게 농민들을 속이고 우롱해 왔던 정부와 정치권의 각종 정책에 제대로 맞설 수 있는 더 너른 근거지를 확보했다.

“농업은 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하는 모든 경제산업의 기초이자 주권산업이며, 또한 국가기간산업이다. 사회공익적인 면에서 농업을 바라보면서 ‘식량’을 무기로 세계를 재편하려는 강대국의 도발을 막아내는데 앞장서겠다.”

지난해 한-칠레 FTA 비준안 처리를 막아내지 못한 ‘아픔’을 갖고 있는 그의 지망은 농림해양수산위다. 산적한 농가부채 해결, 신용-경제산업 분리를 뼈대로 한 협동조합 개혁, 태풍 등 자연재해에 따른 보상방안 마련 등은 ‘국회의원 강기갑’과 ‘민주노동당’에 맡겨진 시급한 과제다. 평생 ‘땅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그는 이제 ‘진보정치는 국민을 속이지 않는다’는 또다른 신념을 쥐어줄 그 길로 나선다.

현애자(7번)
“식량자급자족 법제화 이룰 것”

제주도여성농민회 준비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여성농민회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남제주군 여성농민회장
제주도 마늘대책위 집행위원
민주노동당 서귀, 남제주군지구당 창당준비위 부위원장

“농업을 포기한 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었고 가슴에 멍이 든 농민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한 결과다. 우리나라 농업을 지키고 식량자급자족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법제화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

현애자(42) 당선자는 의회 진출 이후 활동하고 싶은 상임위는 농림수산위이고, 보건복지위에서도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강기갑 당선자와 함께 농민 출신인 현애자 당선자는 최초의 여성농민이라는 수식어에 최초의 제주여성 출신 국회의원이라는 수식도 따라 붙게 됐다.

현 당선자는 “전농과 전여농이 함께 농민의 정치세력화를 논의해 왔고 최근 성공적으로 정리가 됐다”며 “이번 선거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정치세력화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농민들의 민주노동당 가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평상시 개량한복을 즐겨 입는 당선자는 등원 때도 한복을 입을 것이냐는 질문에 “한복이야 말로 정장인데 이런 복장을 가지고 문제삼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편한대로 옷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8번)
“국회 개혁 앞장서겠다”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창립
진보정당추진위, 진보정치연합 대표
매일노동뉴스 발행인
국민승리21 기획위원장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15일 밤 자정을 넘기면서 자민련 김종필과 당선 경쟁 레이스를 펼쳐 새벽 2시경 결국 승리를 거머 쥔 ‘노회찬 어록’의 주인공. 비례 8번으로 출마해 가까스로 당선된 노회찬(49) 당 사무총장 겸 선거대책본부장은 당선소감을 묻자 ‘유감’이란다. 선대본부장으로서 15석 목표를 획득하지 못했고, 유력 지역구에서도 낙선해 안타깝다는 것.

외교통일통상위나 문화관광위에서 일하면서 한미관계와 동북아평화, 진보세력의 국제연대 등에 기여해 보고 싶다는 노 당선자는 “당의 필요에 따라 배정하는 어느 상임위에서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국회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조사해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여론화를 시키겠다”고 밝혀 보수정당 정치인들이 ‘싫어할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190여개의 특권 가운데 불필요한 특권을 골라내 폐지하겠다는 것인데, 기성 정치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가 사무총장 시절 써 오던 ‘선대본일기’를 ‘국회일기’로 바꿔 쓰게 될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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