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정당 차별 잔인할 정도”...조직통합력 제고 정치세력화 길 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1년 가까운 시간동안 고생도 많이 했고 힘든일, 고통스러운 일도 많았다. 이제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게 나왔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2002년 11월 민주사회당 창당으로 1년 넘게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매진해온 한국노총은 내부 논란도 있었지만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기조를 놓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장기표 대표를 영입해 고양갑 보궐선거로 침체된 민사당을 사민당으로 재조직하면서 이번 총선에 ‘올인’해 왔다.

총선결과에 위원장직을 걸었던 이남순 위원장은 계속되는 전국순회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활동을 벌였으며 순회 도중 건강악화로 응급실 신세까지 져야 했다. 또한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는 대부분의 당직자들을 지역에 상주시키며 일선에서 직접 정치투쟁을 이끌어 왔다.

그동안 한국노총에서 다소 생소했던 ‘현장’이 어느 때보다 강조됐으며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한국노총 58년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동안 단위사업장 차원에서까지 가장 많은 정치교육이 실시됐다. 그리고 비록 전조직이 후보를 내기로 한 대의원대회 결정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첫 총선임에도 녹색사민당 지역구 후보 28명과 비례대표 6명 가운데 각각 11명과 4명의 후보가 한국노총에서 준비됐다.

녹색사민당, 그리고 한국노총에게 이번 총선결과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조직을 총선체제로 전환하고 90만 조합원을 일깨우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고 이남순 위원장은 토로한다.

“처음에는 노총 조합원 90만과 조합원 가족들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합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같은 어려움은 신생정당으로서 겪는 언론의 외면으로 더욱 가중됐다. 이 위원장은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신생정당으로 선거치르기가 잔인하리만치 어려웠다. 특히 미디어 선거라지만 이번 선거는 지지율 3% 이상 정당들의 잔치라는데 심한 차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TV 토론에 참여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공중파 방송들이 외면하면서 선거분위기를 띄우는데 애를 먹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녹색사민당과 한국노총은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지만 결국 언론의 외면을 발로 뛰며 극복해야 했다.


“현장 중심의 정치활동에 집중”
“누구도 독자적 정치세력화 거스를 수 없어”


어려운 총선활동 속에서도 이 위원장은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건강함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본 것과 한국노총 내부의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대의로 모아낸 것을 과정에서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산별과 지역본부 행사만 참여해 왔는데 이번에 52개 지역지부를 순회하고 100여개 이상의 단위사업장을 방문했다”며 “현장을 방문하고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역시 현장은 건강하고 순수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이번 선거운동을 통해 조합원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교육을 받은 조합원들과 안받은 조합원들의 인식차이는 상당히 컸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장의 요구애 따라 총선활동에 덜 적극적이었던 산별연맹이나 지역조직들이 이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이번 총선활동에서 이 기조를 조직내부의 대세로 만든 것을 가장 큰 성과로 남겼다. 독자정당을 창당하지 않았으면 선거를 앞두고 지도부를 중심으로 조직이 각당으로 쪼개졌을 것”이라며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이제 거스를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기적 계획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이 위원장은 “항상 현안 중심으로 우선 당장에 이익이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인 이해에 집중해 온 측면이 있었다”며 “이제 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교육이나 정책개발이 필요하고 이같은 중장기적인 계획에 의해 노총 운영 전반이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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