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은 지역구 후보 투표용지니까 한명의 후보자를 찍으면 되고요, 기호와 정당명만 기재돼 있는 다른 연두색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자 정당란에 기표하시면 되고요.”

총선을 불과 하루 앞둔 14일.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지지 후보자의 정당란에 기표하라’는 ‘위험한’ 발언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중앙선관위원회 공보과 문아무개 사무관이었다. 그는 KBS 1라디오의 ‘KBS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진행자의 1인2표제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주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언론노조가 지난달 20살 이상 성인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1.3%가 정당명부투표제를 모르고 있다는 응답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그만큼 충분히 1인2표제에 대해 홍보가 제대로 안 됐다는 말이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일각에서는 정당투표도 지지후보자와 같은 당을 찍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며, 선관위가 더 적극 홍보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진보정당, 소수·신생정당에게는 정당득표의 중요성이 너무도 크다.

문아무개 사무관은 “말이 꼬인 모양”이라며 “나중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그 방송사에 다시 정정멘트를 해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방송이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설사 순간의 말실수라고 보더라도, 그동안 선관위가 1인2표제 홍보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다면, 이 말 한마디가 1인2표제에 대해 잘 모르는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김종철 대변인은 “그동안 정부와 선관위에 1인2표제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해 왔지만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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