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일수씨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요구하며 분신사망한지 54일만에 현중 사측으로부터 사내하청노조 간부와 조합원의 회사출입을 보장하고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하는 등 하청노조의 활동을 보장하는 약속을 받아내게 됐다. 고 박일수씨의 사망 이후 꾸려진 대책위는 현중 노사와 하청노조 활동보장, 하청노동자 처우개선 등 9개항의 합의를 이뤘다. 특히 이번 노사합의 내용은 이후 사내하청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타사의 노사간 교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합의내용 중 ‘회사는 하청업체들이 노동관계법을 철저히 준수토록 지도, 감독하고 업체가 회사의 시정요구에 불응할 시, 재계약을 하지 않으며, 당해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는 임금과 근로조건이 유지되는 취업알선을 통해 고용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확실히 보장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분신대책위 협상대표인 장인권 위원장 직무대행(민주노총 울산본부 수석부위원장)을 통해 협상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합의내용에 대한 평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대책위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수준의 합의를 했다고 본다.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현중노조가 대책위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현중 사측과 대책위와의 관계 등 조건의 특수성과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50여일간 투쟁을 계속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어려움은

“이미 말했듯이 대책위 구조 자체의 어려움이 있었다. 하청노조도 내부조직이 어려운 상태이다보니 문 밖에서 문 안을 향해 고함을 치는 형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형태의 합의가 이뤄진 것은 줄기찬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중 사측이 먼저 협상을 제안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측이 예상했던 것보다 대책위가 완강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당선이 확실시되니까, 총선 이후에 대한 부담도 컸을 것이다. 총선 이후에 전국적으로 투쟁이 확산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총선 전에 정리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

-대책위가 협상막판까지 주력했던 내용은 무엇이었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하청노조활동 인정과 해고자 복직 문제였다. 실제 합의된 내용은 대책위가 당초 요구했던 수준보다는 미흡하지만, 핵심 요구 몇 가지를 빼고는 많은 부분 대책위 주장이 수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울산본부의 계획은 어떤가

“지역본부 차원으로 총선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앞으로 총선투쟁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리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훨씬 더 입지를 넓히고 자유로운 입장에 설 수 있게 됐다. 현중의 산재문제 등 그동안 가려졌던 여러 문제들을 지역주민들에게 알려내고 집중적으로 부각, 선거에서 심판하자는 기조로 총선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합의를 계기로 현중노조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현중노조와의 관계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어떤 변화는 어렵다. 지금으로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문제를 생각해본 바 없다. 이번 합의와 금속산업연맹에 요청했던 현중노조 징계요구는 별개의 문제로 봐달라.”

한편 지난 7일 ‘고 박일수 열사 장례위원회’로 전환한 분신대책위는 9일 오전 9시 현대중공업 앞 현대예술공원에서 고 박일수씨의 영결식을 치른 뒤 오전 11시 현대중공업 전하문 앞에서 노제를 지낼 예정이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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