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15 총선에서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국내 상당수 기업들이 진보정당 원내진출로 노사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전경련이 205개 회원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7일 발표한 ‘노사관계 현황 및 대응기조 설문’결과에 따르면 노동계 정당의 국회진출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40.8%의 기업이 ‘노사관계 관련 입법이 노동계에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정치투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31.8%로 높게 나타난 반면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어 노사관계가 안정될 것’이라는 시각은 10.9%에 머물렀고 ‘현재와 달라지는 바가 없다’는 견해도 21.9%로 나타났다(중복 응답).

재계 일변도 의회질서 변화 오나

이번 조사결과는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 가시화 되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총선 이후의 정치환경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주5일근무제와 비정규직 문제 등 제도적 문제들이 단위사업장 노사관계의 주요한 이슈로 제기되고 있어, 재계로서는 노동계의 원내진출이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올해 노사관계 불안요인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 문제(84.4%)’와 ‘비정규직 문제(75.4%)’라는 응답이 ‘임금인상 및 근로조건 개선 요구(49.7%)’을 크게 앞질렀다.

더구나 그동안 노동계를 대변할 수 있는 원내 정치세력 부재로 인해 노동계는 입법과정에서 사실상 소외돼 왔다. 주5일근무제가 법안내용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 속에서도 통과됐고 노동계가 요구하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입법은 아직 국회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같은 제도적 소외가 노동계의 원내진출 의지를 더욱 높이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원내에서 과잉대표돼 온 재계로서는 노동계 주장이 입법과정에서 반영되는 ‘새로운 정치질서’에 불안감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조사를 담당했던 전경련 노동복지팀 한종훈 조사역은 “올해 노사갈등 유발요인에 제도관련한 이슈들이 많다보니 노동계의 원내진출이 단위노조의 요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새로운 갈등 아닌 해결방법 변화 의미

그러나 이같은 재계의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원내진출로 인해 제도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훨씬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려대 정외과 이내영 교수는 “재계 입장은 이해하지만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 오히려 갈등을 제도정치 틀내로 끌어들이기 때문에 갈등관리에는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없던 갈등이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거리에서 벌어지던 노사갈등이 의사당의 토론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진일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교수는 “진보정당의 의회진출은 세계적 추세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수용해야 한다”고 재계에 충고했다. 노동계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의회 내에서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도 합리적 대안제시 노력해야

민주노동당 김윤철 상임 정책위원도 “그동안 노사갈등이 격렬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자신들의 권리를 입법을 통해 제도화할 수 있는 원내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원내진출로 인해 오히려 갈등해결의 수준이 높아지고 노동운동도 더욱 성숙해질 것”이라고 재계의 우려를 일축했다.

녹색사민당 김보헌 부대변인도 “진보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노사관계가 우리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며 “녹색사민당은 사회보장제도 전면실시를 통해 노사갈등의 기본원인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6일 반박성명을 내어 “이번 조사는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노동자정당의 원내진출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그동안 재계 입장을 대변해 온 서강대 경제학과 남성일 교수는 “재계 입장에서 보면 친노조 입법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된다는 기대가 모두 있을 수 있다”며 “원내에 진출한 진보정당이 공생과 화합의 기조 속에서 공당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보다 강화해 나간다면 재계의 우려는 많이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이번 총선에서 각각 민주노동당과 녹색사민당을 통한 원내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각종 여론조사 결과 특히 민주노동당이 상당수 후보를 원내에 진출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재홍 기자(jaehong@lanbornews.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