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노조가 설립할 시 대응 시나리오를 사전에 작성, 일사불란하게 조치해 발생초기(2일 이내) 사태를 수습한다. 관련 기관(구청, 노동청) 담당자와 비상연락체계를 수립하고 주동자, 가담자 신상파악… 노조 설립 신고 당일 즉시 폐업 조치, 주동자,가담자는 철저히 분리한다.” (△△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설립관련 관리 방안 문서 중에서)

노조 설립에 대한 사용자의 대응 방안 내용이 담긴 이 문서는 70, 80년대 얘기가 아니다. 2000년대 대기업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 사례다.
금속산업연맹(위원장 백순환)은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 근로기준법 위반, 부당노동행위 등 각종 법 위반 사례들을 묶어 ‘사내하청 비정규직 차별과 노동탄압 사례집’을 6일 발간했다. 이 백서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실태 △인간 이하의 법적 무권리 사례 △계약해지,정리해고 등 상시 고용불안 △하청은 아플 권리, 치료받을 권리도 없나 △원청의 사용자성 등 7개 유형별로 소개돼 있으며 각각 50여개 이상의 사례가 담겨 있다.

사례를 보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당시 최저임금이 시급기준 2,275원, 일급기준 1만8,200원이었으나 지난해 4월 임금 명세표에는 일당 1만6,480원으로 명백히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7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여러 하청업체에서 작성하고 있는 ‘서약서’에는 “당사 특징상 (주)현대차 생산근무 지시에 따라 근무를 하겠음”이라고 적혀 있어 스스로 파견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을 ‘고백’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5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다 몸이 너무 아파 병원에 가려했지만 조퇴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끝내 현장에서 쓰러지고 말았다는 비정규직의 호소가 담긴 대목에서는 사실 자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절박하다.

연맹은 “이번 백서는 현대중공업 박일수 분신 사망 사건을 통해 사회에 드러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초와 고난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조사 중인 금속산업 사내하청 현황 및 불법파견 실태를 오는 28일 발표하고 노동부에 일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동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합동으로 대형 조선업체들의 사내 하도급과 불법 파견근로 등 109개 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달 말께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노사갈등 등을 이유로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노동부 장화익 비정규직대책과장은 “분규가 해결되지 않아 점검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조속히 해결돼 (다른 조선업체 조사와) 가급적 같이 마무리하는 방향이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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