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정당 선언, 정치적 중립성 해치지 않아
고위직 직권남용 특정정당 지지가 되레 문제
정치적 양심의 자유 불허 인권 침해


공무원노조가 민주노동당 지지선언을 하기로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며,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형식적으로 국가공무원법이 공무원이 특정 정당 지지를 선언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교조를 금지한 법도, 공무원노조를 금지한 법도, 헌법과 상식에 반하는 법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것이다.

헌법에서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고 하는 것은 공무원의 직무가 전체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책임을 강조한 것이지 공무원은 모든 인권을 제한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공무원의 정치적 인권도 제한의 필요가 있는 경우에 최소한도로 제한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 중립성이라고 하는 것도 직무상 정치적 중립성이지 공무원이 일체의 정치적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공무원 정치적 중립성, 직무에 한해

공무원 노조가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은 구체적인 선거운동이 아니다. 다만,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을 대외적으로 선언하고자 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선언이 구체적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것도 없고, 개별 국민에게 아무런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정치활동의 자유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일환으로 고도로 보장되어야 하고, 제한하더라도 필요한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법은 직무 수행상 아무런 지장이 없는 공무원의 정치적 입장표명까지 금지하고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외국의 입법례 또한 한국처럼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경우는 없다. 독일과 프랑스는 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사직하지 않더라도 선거출마가 가능하다. 영국은 고위직 공무원의 경우는 정치활동의 제약이 많으나, 하위직의 경우는 원칙적인 제한이 없다. 미국의 경우는 연방공무원의 경우는 비교적 제약이 많으나, 주 공무원의 경우는 제약이 거의 없다.

문제는 어느 나라도 단순한 정당 가입이나 정치적 의사표명을 한국처럼 금지하고 있는 입법례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의 경우에 일반 공무원 노조의 지지선언이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나 장관 등의 직권을 남용하여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문제이다.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일부 고위직 정무직, 특정직 공무원들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는 것과 권한이 제한적인 비교적 하위직급의 일반직 공무원과 기능직 공무원의 경우에도 이를 동일하게 볼 수 없는 것이다.

비정치적 업무에 종사하고 자신의 직무범위도 한정되어 있는 공무원이 지지선언을 한다고 해서 공무원 직무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하지 않는다. 권력적 행정작용을 하지 않고, 주로 국민들에게 반복적, 계속적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의 경우에는 직무의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극히 적다.

정치적 입장표명 금지, 과잉금지 원칙 위배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이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양심의 자유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금지한다고 해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표명까지 금지한다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공무원의 인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화는 어느 정도 안정국면에 들어섰으나, 제도적으로는 대단히 불철저한 부분이 산재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공무원 노조, 공무원의 정치활동 등일 것이다. 일반 당원으로서의 가입과 활동, 정치적 의사표현, 소액 정치자금 기부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직무상 독립성을 전혀 해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법을 개정하여 당장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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