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월차휴가는 폐지됐고, 생리휴가는 무급화 되었으며, 연차휴가일수는 약간의 조정이 따랐다. 법률상 폐지 또는 무급화한 것이기 때문에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각종 휴가제도를 기존과 동일하게 운영하는 것은 물론 가능하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연차휴가를 조정하면서 제59조의2를 신설하여 사용자가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을 신설하였다.

개정 전 근로기준법 해석상 생리휴가, 월차휴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경우 각 휴가수당을 지급해야 했다. 각종 휴가수당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은 이론이 없었다. 근로기준법 제18조가 노동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품을 임금이라고 규정하였고 노동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휴가 사용 가능 기간 동안 불특정 일에 휴가일수 만큼 일을 더한 노동의 대가이기 때문에 각종 휴가수당은 임금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다. 학설, 법원이나 노동부의 입장도 각종 휴가 수당은 불특정일에 사용하지 못한 일수만큼 더 노동한 것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임금임을 무수히 확인하였다. 따라서 휴가 수당에 대한 체불은 임금체불의 민형사 책임의 부담이 당연히 뒤따랐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일한 것에 대한 대가, 즉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봉건적 착취로 바라보고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심지어 노동자가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여 도주한 경우에도 임금을 지급해야만 사용자가 민형사 책임을 면할 정도로 노동의 대가인 임금은 반드시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우리 법제도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봉건적 착취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근로기준법 곳곳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4조(근로조건의 준수), 제28조(전차금상쇄의 금지), 제37조(임금채권의 우선변제), 제42조(임금지불) 내지 제44조, 제45조(도급근로자), 제66조(임금청구), 제98조(제재규정의 제한)와 각종 처벌 규정은 노동자가 제공한 노동의 대가인 임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급함을 확인하는 규정이다.

그러나 개정 근로기준법 제59조의2 본문은 ‘다음의 각호의 조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소멸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미사용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으며’라고 규정하여 임금인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했다.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불특정일에 미사용 휴가일수만큼 노동을 더 제공한 것을 의미하는데, 더 제공한 노동의 대가인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면 연차수당은 노동의 대가성을 부인하겠다는, 즉 임금이 아니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임금에 해당하지만 임금 지급의무를 면하겠다는 의미인지 논란이 발생한다.

연차수당에 관해 근로기준법이 어떻게 규정하든 근로의 대가인 금품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변경시킬 수 없다. 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던 1년이라는 기간 동안 휴가 사용일수만큼 노동자가 노동을 더한 것이고 연차수당은 그 일을 더한 것에 대한 대가, 즉 임금이라는 것은 법률의 규정에 의해 형성된 개념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59조의2는 연차수당의 임금으로서의 성격을 부정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 다만 연차수당이라는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59조의2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지급을 면하게 하는 규정이고 또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노동을 시키고 임금을 주지 않는 봉건적 착취를 부활시키는 규정이다. 이는 헌법 제23조 제1항이 정한 재산권(노동자의 임금청구권)을 부정하는 규정에 해당한다.

또 근로기준법 제59조의2는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 규정에 위반하는 규정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노동자 A에게는 근로기준법 제59조의 2가 정한 절차를 진행하고, 노동자 B에게는 그러한 절차를 취하지 않은 채 A, B 노동자가 모두 10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경우 사용자는 A에게는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적법하고 B에게는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위법이 되어 동일한 노동을 한 노동자 사이에 임금상 차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59조의2조 규정은 폐지되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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