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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진보정치’이정희 편집부장(goforit@labornews.co.kr)
마치 여의도 일대는 코미디 프로의 너른 세트장 같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통령의 여당지지 발언 등을 이유로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안을 결의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70%대’에 달하고 자신들의 지지율 또한 추락하자 불과 열흘도 안 돼 ‘탄핵철회론’을 끄집어내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선 김문수 의원은 “국민이야말로 최고의 권력기관”이라며 탄핵안 처리 전과 180도 다른 얼굴을 하고 있고, 민주당 설훈 의원은 아예 삭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탄핵안 가결에 반발, 의원직 총사퇴서를 제출키로 했던 열린우리당은 “국민께 죄송하다”며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사퇴 결의를 ‘없던 일’로 되돌렸다.

이런 ‘파렴치함’과 ‘자가당착’이 있을 수 없다. 그들이 얘기하는 ‘개혁’과 ‘진보’, ‘민생’은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국민에게 무릎 꿇고 사죄한다”며 옮겼던 영등포 청과시장 내 옛 농협공판장 자리 열린우리당사에도 없고, 대표경선에 이전투구에 바쁜 한나라당사는 물론 마치 절박한 노동자들의 마지막 투쟁근거지를 연상시키는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여의도 한강둔치 ‘천막당사’, 그리고 선장 김대중을 보내고 표류하는 민주당사, 그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이 탄핵정국을 불법정치자금과 내분, 지지율 하락 등으로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한 야당의 기획탄핵이며, 극한대결을 유도하는 아슬아슬한 ‘위기정치’로 지지층을 결집시켜온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합작품이라고 본다. 한마디로 총선승리를 위한 수구보수정치 세력간의 암투이고, 보수독점 정치구조의 마지막 발악이다.

현재 스코어, 승자는 노 대통령과 열우당인 것처럼 보인다. 파병반대를 외쳤던 대학 총학생회 깃발과 FTA 비준 반대를 소리높이 외쳤던 어느 농민회 깃발까지 ‘탄핵무효’ 함성 속에 함께 휘날리게 하는 힘까지 발휘하지 않았나. 그 위기정치에는 어떠한 정책도 필요 없다. 백 마디 공약보다 기타 치며 눈물 흘리는 대통령의 이미지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친노 대 반노’의 구도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촛불집회에서 ‘탄핵무효’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바로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다수의 국민대중의 이해를 대변하고 권익을 찾아낼 수 있는 제대로 된 ‘민의의 대변자’를 찾는 일이다. 탄핵정국에서의 국민의 분노와 허탈마저도 그들이 정략적으로 이용하도록 빼앗길 수는 없다.

우리가 찾아야 할 ‘민의의 대변자’는 20대 80의 불평등 심화를 깨기 위해 고소득자에 많은 세금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보육, 교육, 의료, 노후보장을 차별 없이 제공하는 데 쓰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고용안정을 꾀할 수 있는 사람이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미국 등 외세에 굴복하지 않으며 반전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진보정치 실현’이라 부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탄핵무효냐 탄핵철회냐의 논란이 아니라 진보정치 실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지난 17일 환경미화원과 도로보수직에 종사하는 경기도노조 조합원 350명이 “쓰레기 정치판을 우리의 빗자루로 깨끗이 청소해 버리겠다”며 민주노동당에 집단 가입원서를 냈다. 참 반가운 소식이었다. 홍희덕 노조 위원장은 “길거리 쓰레기보다 못한 기존 정치인들을 쓸어버리고 새로운 싹을 틔우는데 작은 힘을 쏟아 붓고 싶다”고 말했다.

점점 정치에 환멸을 느끼면서 사표심리가 팽배하고 탈정치화되는 유권자들이 정치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진보정치의 비전을 제시하고 그 한걸음을 함께 내딛도록 정책으로 선전해야 할 때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정치관계법 개정으로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가 금지됐다. 재정상의 타격은 둘째치더라도 정치자금 기부를 결의하고 모금을 조직하는 과정 자체가 정치활동인데, 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1인2표제 도입으로 지지하는 후보 뿐 아니라 정당에도 표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아직 정당투표는 일반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상황이다. 설사 홍보가 됐다 하더라도 민주노동당, 녹색사민당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당도 총선 공약을 발표하지 않아 정당투표를 할 근거조차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언론은 수구부패정당들의 정쟁에만 카메라와 펜대를 들이밀 뿐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전조가 있다. ‘탄핵’은 어느 날 갑자기 진보정치의 꿈을 날려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자신을 가꾸어 왔다. 진보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비록 탄핵의 광풍이 진보와 보수의 차이까지 덮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연극은 끝나고 사람들은 평상심을 찾게 된다. 이 때, 진보정치를 바라는 대표선수들이 국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자. 다섯 명이든 열 명이든 상관없다. 시작은 언제나 그랬다.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먼저 평상심을 찾아 그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정희 기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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