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부터 진행된 공공부문 구조조정, 정부 지침이 무분별한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8일 마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사진)’에 참여한 정부, 노동계, 학계 등 모든 토론자들은 지난 98년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정부 지침 때문에 비정규직이 급격히 확대,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지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박영삼 정책기획국장은 “98년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실질적으로 공공부문의 부패와 비효율성을 재생하는 내부 의사결정의 민주화와 외부 감시체제 구축은 외면하고 노동자들만 공격했다”며 “인력감축 등 수량적 유연화 정책마저 고위직은 온존시킨 채 하위직 위주로 집행됐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박 국장은 수량적 유연화도 ‘비용감축 = 효율적이고 좋은 것’이라는 전제 아래 공공부문의 하위직 노동자에게 집중되었는데 이 때문에 특히 많은 정규직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노동연구원 장지연 박사는 “주제 발표에서 지적한대로 정부의 잘못된 구조조정으로 비정규직이 확대됐다는 것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또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관계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유일한 정부 쪽 토론자로 나온 노동부 비정규직대책과 김성호 서기관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급증한 이유가 IMF 이후 공공부문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각 부처에서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비정규직 정의, 수치 등에서는 여전히 다소 이견을 보였으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확산 원인, 문제의 심각성 등에는 의견을 모은 만큼, 앞으로 정부 대책에 논의를 집중했다.

노동연구원 장지연 박사는 “한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라인별로 임금, 근로조건 등에서 차별이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비정규직 문제 개선은 이러한 명백한 차별을 해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고 이 정도도 합의하지 못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주진우 실장은 우선 “공공부분 비정규직 대책은 법제도 정비가 아닌,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같은 가치의 노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방향 등 그나마 설정이 유용한 공공부문이 면밀한 직무분석 등을 통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실장은 또 “민간위탁 등 간접고용 규제가 분명하지 않으면 직접 고용된 비정규직 문제가 일부 해결되더라도 예산, 정원 등 부담을 느낀 공공기관이 민간위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공공부문에서 만큼은 간접고용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 실장은 지방자치단체 환경미화 부분 예를 들면서 “노동자들의 처우뿐만 아니라 민간위탁에 따른 업체 비리 등이 만연한 만큼 정부 예산이 잘못 쓰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간접고용은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지연 박사 “명백한 차별해소에서부터”
주진우 실장 “동일가치노동, 직무분석 통해 설정”
김성호 서기관 “정규직, 비정규직 업무 구분”
박영삼 국장 “사유에 따라 업무 성격 정해져야”


이와 관련, 노동부 김성호 서기관은 “공공부문은 민간부분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만큼, 정부도 적극적으로 문제해결 의지를 갖고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서기관은 이어 “정규직, 비정규직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는 등의 인력운용 방향을 갖고 있다”며 “비정규직을 사용하더라도 고용안정, 처우개선이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비정규노동센터 박영삼 국장은 “정규직, 비정규직 업무의 개관적인 분석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며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은 정규직이고 여성, 하위직노동자들이 하는 일을 단순 업무로 취급, 비정규직 영역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또 다른 차별이 되는 것”이라며 “사유에 따라 업무의 성격이 정해져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인권위 대책 방향에 대해 노동계가 적극 동의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3월 중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 개선대책을 확정, 조속한 시일 내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혀 어떤 내용들이 나올지 주목된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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