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인권위원회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 및 대책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민간기업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결 방안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예산과 정원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키’를 잡고 있는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관계자들이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을 컸습니다. 아쉬운 대로 노동부에서 토론자가 나와 그래도 체면을 유지했죠.

- 정부가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고 있는 이때, 정작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토론회 참석한 사람들은 행자부, 기획처가 나오지 않은 것에 인권위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인권위는 연락을 했는데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불참했다며 더욱 아쉬워했죠. 토론 중에도 비정규직 확산 원인이 ‘정부(행자부) 지침’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행자부는 이날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 그런데 질의응답 등 토론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방청석에 앉아있던 한 참석자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저 행자부 공무원인데요.” 토론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 그 사람을 응시했고 ‘행자부 공무원의 커밍아웃’으로 순간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이 공무원은 일방적으로 행자부가 매도당하는 것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폭설 등 현안 문제로 담당자가 참석할 수 없었다며 자신이 대신 왔다고 했습니다. 이런 저런 변명을 하긴 했지만 수많은 행자부, 기획예산처 공무원 가운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토론회에 참석할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한 것 같습니다.

노사정 대표 간담회 ‘해프닝’

- 지난 19일 낮 서울플라자호텔에서 노사정 대표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이 갑작스레 불참한다고 밝혀 결국 무산됐는데요.

- 12시40분까지 그 자리를 지켰던 경총 이수영 회장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수십 명의 취재진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무모임도 아닌 노사정 대표의 만남인데 가장 기본적인 참석여부가 서로 확인되지 않았다니 모두 의아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노동부는 “이 위원장이 참석한다고 했으니 일정이 잡히지 않았겠냐”는 입장인 반면, 한국노총은 “경총이 대기업 임금동결을 말하는 속에서 오찬에 참석하기 힘들지 않겠냐. 나간다고 얘기한 바 없다”고 밝히는 등 서로 엇박자를 보였습니다.

- 결국 기자들은 노동부가 어수선한 정국에서 노사정이 손을 맞잡는 ‘그림’에 욕심을 부렸고 한국노총은 조합원 반발 등 부담을 의식한 속에서 우왕좌왕 벌어진 ‘해프닝’이라며 허탈해 했습니다.

- 노사정이 자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만남이냐’가 아닐까요.

산별교섭 신경전

- 17일, 18일 숭실대 사회봉사관에서 병원, 금속이 각각 산별교섭, 산별교섭 실무위원회를 열었는데요. 난항이 예상되는 산별교섭 전망만큼이나 신경전이 뜨거웠다면서요.

- 국립대병원이 불참한 속에서 17일 병원 산별교섭 상견례가 이뤄졌습니다. 사립대병원 대표단으로 이대의료원, 경희대의료원 사측이 참여했는데요. 공교롭게도 노측 대표단 나순자 사무처장은 이대의료원 출신, 조은숙 부위원장은 경희대의료원 출신이었습니다. 먼저 이대 대표자가 “나 처장 잘 아는데 당시 너무 힘들었다. 괜히 감정싸움 하지 말고 실익 있게 교섭하자”고 운을 뗐습니다. 경희대 대표도 “조은숙 부위원장과 감정싸움 많이 했다. 잘해보자”고 말을 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나순자 처장과 조은숙 부위원장은 실종일관 웃는 얼굴로 “잘해봅시다”라고 답변을 했지만 물밑으로 흐르는 신경전이 대단했습니다.

- 금속 실무위원회도 비슷한 듯 다른데요. 사측이 노무사 등 제3자에게 교섭을 위임하려고 해 노측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심정을 반영하듯 노측이 “제3자 위임은 노조 무시하는 거다, 한판 붙자는 거냐”고 강하게 나섰고 사측은 “또 그런 식으로 말한다”고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 겉으로 보기에 노조가 강하게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상으로 사측이 아무런 양보를 하지 않고 있어 노사 감정싸움의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는 명확한 것 같습니다.

- 올해도 병원, 금속의 산별교섭은 ‘산 넘어 산’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 아참, 공무원노조가 지난해 민주노총 9층에 새둥지를 틀었는데요. 2기 임원 선거를 마친 노조가 얼마 전 대대적인 보수로 봄맞이 새 단장을 마쳤다고 합니다. 구경 한번 가봐야겠네요.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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