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게/ 외부의 힘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중 자신의 힘으로/ 전문 혁명가 혹은 전문 정치가의 조직인 당을 통해서보다는 대중의 자기조직인 평의회를 통해서/ 국가와 국가제도를 통한 대장정보다는 국가로부터 독립적으로, 생산자의 연합을 통해/ 권력자들과 가진 자들이 모두 꺼져버리도록”

전 지구를 가로지르는 반자본주의 운동이 한참 소생하는 가운데 지난 2002년이, 레닌이 1912년『무엇을 할 것인가?』를 쓴 지 백주년이 되는 해라는 사실은 거의 주목받지 못한 채 지나가 버렸다. 그러나 이 책 『무엇을 할 것인가?』는 레닌의 혁명사상을 전면적이고 비판적으로 재검토하여 혁명정당에 초점을 맞추는 혁명적 기획들을 반성한다.

이 책은 총 11개의 논문을 3부분으로 나누어 구성됐다. 필자들은 레닌을 맑스와 룩셈부르크, 그리고 20세기 초의 좌익 공산주의자들의 관점과 대비시키며, 그의 혁명적 관점과 교조주의적 관점들을 분리해내고 있다. 1부는 그것을 20세기 초의 러시아 혁명이라는 역사적 문맥 속에서, 2부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체제와 레닌의 혁명 전략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그리고 3부는 혁명의 방법에 관한 이론적 고찰을 통해 레닌의 실패한 혁명적 유산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아쉽게도 이 책은 레닌을 넘어서기 위해 사빠띠스따 반란을 예로 들고 있지만 레닌의 국가주의와의 대립을 통한 사빠띠스타 봉기는 아주 짧게 서술되고 있을 뿐이다. 레닌주의를 부정(반정립)하는 것으로 과연 레닌주의가 극복될 수 있을까? 11개의 논문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던 생각은 레닌의 실패한 혁명을 대중의 자율성을 통해 일굴 수 있다면 대중의 자율성은 과연 무엇을 통해서 획득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이 책은 자본의 지구화가 한창 진행 중인 오늘날이야말로 반자본주의 운동의 혁명을 꿈꿀 때라고 주장한다. 그 꿈을 일굴 사람들은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바로 우리들이다.

영국과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두 사람의 열린 맑스주의자(Open Marxist) 워너 본펠드와 쎄르지오 띠쉴러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레닌이 수배상태에서 물었던 질문을 우리에게 다시 끄집어낸다. 정확하게 레닌이 그 질문을 던진 지 100년만에.(워너 본펠드·세르지오 띠쉴러 외 지음/ 조정환 옮김/ 갈무리 펴냄/ 384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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