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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하반기 제도개선 요구 쟁점분석 ② 단협실효성 확보방안단협위반시 형사처벌 대상 구체화로 강제력확보 쟁점
노동계 "단협불이행도 쟁의대상에 포함 필요"-경영계 "안될 말"
단협 실효성 확보 방안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98년 단체협약 위반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92조 1항이 위헌이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계기로 촉발된 이후 2년여 동안 노동계의 '강화' 요구와 경영계의 '완화'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지속돼 왔다.

지난해말 정부가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여야간 정쟁으로 국회 운영이 공전을 거듭하다가 결국 의원 임기 만료라는 파국을 맞아 자동 폐기돼, 다시금 올 하반기 법·제도 개선 요구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우선, 단협 실효성 확보 방안의 '강화'를 역설하고 있는 노동계는, 헌법재판소의 노동조합법 92조에 대한 위헌결정 이후, 특히 IMF위기 상황을 앞세운 사용자들의 단협 불이행과 부당노동행위 등 '악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사용자들이 단협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강제할 제도개선 방안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법리상으론 단협 자체가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근거로 집단적 단체교섭을 통해 체결된 일종의 협약이고, 실질적인 의미의 법규범인 만큼, 이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당연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이런 노동계의 관련 법조항의 '강화' 요구는 헌재의 노동조합법 92조에 대한 위헌판결자체가 "해당 법 조항의 법 규범적 효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것"이란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헌재의 판결 취지가 형사처벌 내용에 대한 포괄적 규정을 문제삼는 것인 만큼 "해당 법 조항인 92조에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고 형사처벌 대상을 구체화하면 된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관련 법조항 개정안에서 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단체협약 위반 대상으로 △근로조건 등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사항 △노동조합의 활동에 관한 사항 △쟁의행위에 관한 사항 3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이와함께 노동계는 단협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 '단체협약의 체결과 그 이행'을 노동쟁의의 대상에 포함시키고(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 5호), 단협 위반자에 대한 벌금 부과 규정을 현행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거나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해야 한다(같은 법 92조)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단협을 이행하지 않는 사용자에 대한 '자위권' 차원에서 노조의 쟁의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개정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 단협 위반을 쟁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요구엔 "근로조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단체협약을 사용자가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음에도,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쟁의권이 인정되지 않아 속수 무책으로 당한 사례가 많았다"는 과거 경험에 대한 평가도 자리잡고 있다.

또한 처벌규정의 강화 요구는 계약문화가 아직까지 뿌리내리지 못한 우리의 노사관계 실정을 고려할 때 형벌 제도에 의한 규범의 강제가 더 큰 실효를 거둘 것이라는 노동계의 현실 인식과도 연관돼 있다.

그러나 경영계의 시각은 180도 다르다.

우선 단협의 규범적 효력에서부터 견해 차이가 뚜렷하다. 노동계가 단협을 실질적 의미의 법규범으로 규정하는 반면, 경총 등은 "단협은 규범적 계약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근거해 "단협의 효력은 협약 내용이 근로조건의 하한선이 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협약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인 만큼 "벌칙 적용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단협 이행 여부는 손해배상 등 간접강제의 형태로도 충분히 가능하므로 국가권력의 최후수단인 형벌이 적용될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계의 단협 이행 문제를 쟁의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도 경영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단체협약의 이행문제는 사법상 해결이 가능한 권리분쟁에 해당하지, 노동쟁의의 대상인 '이익분쟁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노동계의 주장대로 단체협약을 노동쟁의의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쟁의행위의 빈발로 인해 산업현장이 혼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계는 현행 법 규정의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단협 위반에 대한 벌칙 규정의 삭제를 노사정위원회에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원 기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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