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진실은 때때로 깊은 감동으로 이어진다. 많은 대중음악들은 아예 이런 진실을 외면하기 때문에 이따금 우리에게 진실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올 때 이는 신선한 충격으로 메아리친다. 그들의 주장에 전폭 공감하지 않더라도 절규와 외침과 호소에 귀기울일 태세만 되어 있다면 그 청음의 순간은 진실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맞서는 귀한 체험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대중음악의 장에서 흔치 않은 이런 경험의 ‘생산자’는 민중음악인인 류금신, 박준, 연영석, 지민주, 김성만, 노래패 맥박 등이 만든 음반 <비정규노동자의 노래>다. 택시기사가 차량번호판을 목에 걸고 구호를 외치는 사진을 표지로 쓴 이 앨범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 옹호라는 선명한 대의를 앞세운다. 800만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폭넓게 알리고 이들의 권리주장에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서 앨범은 다양한 형식과 언어를 동원한다. 행진곡이나 성인가요풍의 사운드는 물론, 록이나 보사노바 리듬에 폴카풍까지 다양한 리듬이 흘러나온다. 그 익숙하면서 부담없는 사운드는 가사에 담긴 생생한 삶의 이야기에 더욱 환한 휘광을 두른다.

행진곡풍의 힘찬 노래(비정규직철폐연대가)이지만 “나서라 하청노동자 탄압착취를 뚫고서”라고 목청을 높일 때 눈자위가 붉어지거나 또 4년째 해고상태인 노동자가 글을 쓴 <노란 봉투>에서 흘러 나오는 백자의 정갈한 목소리에 마음이 아리는 것은 비정규직의 이야기가 바로 이 시대의 핵심적 현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온 몸이 뻐근해도 큰 병 판정을 받을까봐 공장 정기검진 받는 날 월차를 쓰는(정기건강검진) 노동자의 고백이나 “흔들흔들 불안했던 삶이지만” 오늘밤이나마 행복한 꿈 꾸길 바란다는 ‘이제는 안녕’ 등에서도 쉽게 눈에 잡히지 않았던 세상의 녹록치 않은 일상과 접할 수 있다.

류금신씨는 “참여 가수들 가운데 4명이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회원이다”라면서 “이 노래를 출발점으로 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노래들이 더 풍부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성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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