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비정규직노조가 불법파견노동자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6일 오전, 9일 오후 부분파업을 했다. 이 노조는 만들어지자마자 업체폐업 등에 따른 해고로 대부분의 사내하청노조가 어려운 노조활동을 이어자고 있는 것과 달리 한 명의 해고자도 없는 가운데 정규직노조의 적극 지원을 받고 있다. 다른 하청노조와 무엇이 다른가. <편집자주>


“다른 사내하청노조 위원장들이 나를 많이 부러워한다. 대부분의 하청노조 위원장은 해고자인데 해고도 되지 않고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겠느냐고 한다. 우리는 해고자도 없고 비정규직노조가 ‘합법적인’ 파업도 한다. 회사가 정규직으로 53명을 전환했지만 그 대상자들이 모두 다 비정규직노조의 파업에 참여한다. 하청노조가 이래도 되나?” 금호타이어비정규직노조 홍성호 위원장이 농담을 섞어 하는 말이다.



금호타이어비정규직노조 탄생은 지난해 3월 불법파견으로 고용됐던 SK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을 SK가 직접고용하라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내려지면서부터 시작됐다. 금호타이어노조(위원장 배현수)는 현장 내에 사내하청노동자들도 SK와 같은 유형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정규직 전환 및 처우개선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6월 정규직노조는 그해 임금협상에서 비정규직, 정규직의 동일임금인상률 적용에 별도 합의하는가 하면 불법파견 면접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사내하청노조를 조직하기 위한 핵심 간부들을 발굴하기 시작, 대의원대회서 비정규직 사업 예산 승인을 거쳐 22일 비정규직노조를 설립했다. 또한 동시에 원·하청노조가 함께 광주지방노동청에 14개 업체 250명에 대한 불법파견혐의 관련 진정서를 제출했다. 즉, ‘불법파견’이라는 회사의 위법혐의를 발견한 정규직노조가 이를 시정하고자 하청노조 설립을 기획하고 노조의 핵심 주체를 발굴해서 노조를 조직,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것이다.

금호타이어비정규직노조가 지금까지 해고자 없이 노조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이렇듯 정규직노조의 적극적인 지원이 가장 크다. 하청노조가 설립되면 원청회사가 도급계약 해지를 가장해 하청노동자들을 해고해 온 관례를 정규직노조의 견제로 막았던 것은 현대자동차가 먼저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노조가 별도협약으로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고용승계 합의를 원청회사와 한 것이 첫 사례. 그런데 금호타이어노조는 비정규직노조를 설립하면서 불법파견 실태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했고 이와 관련해 비정규직노조를 불법파견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위한 일종의 ‘한시적 방안’으로 택했다. 실제 노조의 예상대로 광주지방노동청으로부터 대부분의 도급업체가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는데, 이 때문에 회사가 업체 폐업 등의 편법을 쓸 수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조직화 방식이 가능했던 까닭은 처음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정규직의 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노조 윤철희 기획실장은 “처음부터 불법파견으로 고용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면 이 싸움은 진작에 끝났다. 그러나 문제는 도급업체 전체, 정규직이 기피하면서 도급업체로 빼앗겼던 직무를 다시 정규직으로 찾는 것이다”고 말한다. 그동안 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의 고용안전판’으로 생각해 왔던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노조는 이러한 시각에서 탈피, 예전에 정규직의 업무 자체를 다시 찾아온다는, 생산공정의 문제를 정규직노조의 조직화 문제로 적극적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김경란 기자 eggs95@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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