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선거일을 불과 37일 남겨놓은 9일 본회의를 열어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3개 정치관계법을 처리했다.

이번에 개정된 정치관계법은 민주적 절차에 의한 선거의 공정성, 선거비용의 투명화 등 선거구조와 풍토를 바꾸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노조를 비롯한 단체의 정치자금까지 금지하는 등 노동계의 지지를 받는 진보정당에 타격이 된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 선거법 = 국회의원 정수가 현재 273명에서 지역구 16명, 비례대표 10명씩 증원된 299명(지역구 243명, 비례대표 56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이번 총선부터 1인2표제가 도입되면서 기존 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구 출마자가 적은 진보정당의 의회진출의 가능성을 좀더 열어두었다. 이는 유권자가 지역구 지지후보와 지지정당에 따로 투표해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나누는 것이다. 정당득표 3% 이상, 지역구 5석 이상 차지한 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명부 비례대표 선거운동이 제약적이어서 취지가 자칫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정 선거법에서는 법정홍보물이 불허되고, 정당별로 20회 이내의 신문광고, 15회 이내의 TV, 라디오 등 방송광고를 할 수 있도록 했으나 비용보전이 없어 ‘돈 없는’ 진보정당 등은 비례대표 선거홍보에서 역시 열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출마예상자들은 선거일 전 120일부터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 사무소 설치, 명함 배포, 전자우편 발송 등 제한적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선거일 90일 전부터는 의정활동 보고회나 출판기념회 등을 열지 못하도록 했다. 또 합동연설회와 정당·후보연설회는 폐지된다. 군중동원 등 고비용의 원인이라는 이유 때문. 다만 거리연설은 가능하다. 정당행사에서 금품·음식물 제공행위는 금지된다. 위반시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선거비용 투명화 시스템도 강화한다. 선거비용 지출시 수표나 신용카드 사용이 의무화된다. 선관위는 수입·지출에 대해 얼마든지 상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의심가는 자에 대한 계좌개설 내역, 통장원부 사본 확인 등 자료제출 요구가 가능하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자유롭게 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인터넷 언론사의 인터넷 게시판, 대화방 등에 선거에 관련 의견을 게시할 경우 실명제를 취하도록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익명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주권의 원리를 훼손시키는 것”이라며 ‘불복종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후보자 신상공개를 확대했다. 선관위는 후보자의 학력, 경력, 재산, 납세실적, 병역, 전과기록 등 신상정보를 정리해 투표안내문과 함께 각 가정에 보내도록 했다. 선거운동기간도 현행 17일에서 14일로 축소된다.

▶ 정당법 = 가장 큰 변화는 지구당이 폐지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보수정당의 지구당이 ‘돈 먹는 하마’로서의 폐해가 더 컸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사무실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인터넷을 통한 입·탈당 및 투표행위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경우, 논란이 크다. 현역의원이 없는 지역구가 대다수인 진보정당, 신생정당 등은 지구당을 통해 평상시 지역주민을 접촉해 왔다는 측면에서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다. 반면 기존 보수정당의 경우 국회의원 사무실을 지구당처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어 비당원의 당내 경선 참여가 허용되며, 당내 경선 불복자의 출마를 제한하기로 했다. 또 여성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비례대표 후보자의 50% 이상 여성추천이 의무화된다.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후보로 공천할 경우 보조금도 지급된다.

정당슬림화 및 원내정당화를 위해 정당의 유급 사무원은 중앙당 100명, 시·도 지부 5명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 정치자금법 = 정치자금법이 가장 큰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정치자금 수입내역 및 기부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현재 연간 1억2,000만원까지 지원가능한 개인의 정치자금 후원한도가 2,000만원으로 축소되고, 개인, 시,도 지부는 연간 120만원, 중앙당은 500만원 초과 기부자의 명단을 공개하도록 했다. 중앙당과 시,도 지부 후원회는 2년 뒤인 2006년부터 폐지되지만 국회의원 후원회는 존속된다.
특히 정경유착의 근원으로 꼽히는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이 전면 금지되는데, 이 과정에서 노조를 비롯한 단체의 정치자금까지 금지하면서 노동계와 노동계가 지지하는 진보정당에 적지 않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액다수 후원자들의 정치자금 조달을 위해 정치자금 기부시 1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하고, 그 이상 기부액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받도록 해 노동계 등이 조합원 개인의 정치자금 납부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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