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1일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지난해 8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의 핵심은 주40시간 근로제이다. 법에서 정한 시행시기보다 앞서 노동조합과의 합의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사업(장)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시행시기가 사업장마다 편차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업(장)의 합의수준을 느긋하게 지켜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금융보험업이 이미 2002년 7월부터 주5일 근무를 하고 있고, 정부와 자치단체도 올 7월부터는 격주 토요일 휴무제를 시행하며, 2005년 7월부터는 전면적인 토요일 휴무제를 시행한다는 점이다. 이는 법이 정한 시행시기보다 전 사회적인 주5일 근무제를 앞당길 강력한 매개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개별 사업장에서 개정 근로기준법 적용의 조건은 무엇인가? 법이 정한 시행시기가 도래하면 무조건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가?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개정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야 하는지가 궁금하다.

개정 근로기준법의 핵심 근로시간이 주44시간에서 주40시간으로 단축된 것이지만, 좀더 살펴보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 휴가일수 축소, 시간외근로 확대와 할증률 저하 등 근로자 입장에서 불리하게 개정된 내용이 꽤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대로라면 근로자는 주당 근로시간이 4시간(연간 208시간) 단축된 대가로 다른 근로조건을 양보해야 하는 것이다.

현행보다 나은 근로조건 보장받아야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근로기준법은 개별근로관계를 직접 규율하는 법원(法源)으로서 당사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강행적으로 적용되지만, 근로기준법 제2조(근로조건의 기준)에서는 근로기준법을 이유로 기존 근로조건을 저하시켜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조건을 일정 수준이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므로 근로기준법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고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된다. 유리한 근로조건이 근로계약이 아닌 관행적으로 보장되거나, 단체협약이 취업규칙으로 보장되는 경우도 역시 근로기준법보다 우선 적용된다.

이에 따라 개정 근로기준법이 적용됨에 있어서 주40시간 근로제는 최저기준으로서 사업장에 강행적용 되지만, 그 외 개정 근로기준법을 상회하는 할증임금, 탄력적 근로시간제, 휴가 등에 관한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은 종전과 같이 유지된다. 사용자가 주40시간제 실시와 함께 개정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할증임금, 휴가 등의 근로조건을 저하시키기 위해서는 별도로 단체협약 개정,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를 통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개정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반영하여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수준유지에 대해 단체협약을 개정하면 된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없는 상황에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하는데, 근로기준법 제96조에서 정하고 있듯이 취업규칙의 작성권한은 사용자에게 있다. 다만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새롭게 작성할 때,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근로자(노동조합)의 의견을 들어 의견서를 첨부해 노동부에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또는 노동조합)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의견청취가 단순한 절차인데 반해 ‘동의’는 취업규칙의 효력발생요건이다. 이때 불이익변경이란 임금삭감, 퇴직금누진율삭감, 휴가축소, 정년단축과 같은 것들인데, 판례는 취업규칙개정에서 유리한 부분과 불리한 부분이 섞여 있으면 전체적인 고려하여 불이익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에 유리한 해석, 혼란 부추겨

그렇다면 이번 개정 근로기준법을 반영해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불이익변경인가, 아닌가에 따라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어야만 하는가와 의견만을 듣는 것으로 충분한가가 결정된다. 노동부의 입장은 개정된 근로기준을 반영한 취업규칙의 변경이 불이익변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근로기준법 제2조에서 이 법을 이유로 기존 근로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개별 사업장마다 근로조건 변경에 차별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선험적?획일적으로 취업규칙의 개정이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노동부의 입장에 따르면 회사는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반면에 시간외근로를 늘리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여 실근로시간을 유지하고 휴가를 삭감하는 등의 일방적인 근로조건 저하도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라 말할 수 있으나, 문제는 노동부가 근로자들의 자기결정권을 배제하고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상황에 선험적으로 예단했다는 점이다. 결국 사용자에게 유리한 법해석이 대화와 타협이 배제된 상태를 만들어 개별사업장의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게 되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성실한 교섭을 통한 설득, 동의를 얻는 것이 사후 발생할 소모적비용을 절약하는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상담문의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02)376-0001, http://minju.workingvoic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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