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레이온 직업병을 사회문제로 부각시켜 국내 산재추방운동에 기여해온 구기일 원진노동자 직업병위원회(원노위) 전 위원장이 지난 10일 새벽 3시 폐혈증으로 별세했다. 장례는 14일 9시에 산업재해노동자장으로 치뤄졌으며 장지는 충남 서천군 선영에 마련됐다.

90년 이황화탄소 중독증으로 직업병 판정을 받았던 고인은 지난 99년 5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산재단체 초청세미나' 도중 심근경색을 일으킨 뒤 작년 7월부터 원진녹색병원에서 요양 중이었다.

진료를 담당했던 이 병원 산업의학과 임상혁 과장은 "이황화탄소 중독증은 협심증을 일으켜 심장의 혈관을 오그라들게 하는 질병으로 심근경색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무리한 활동으로 협심증이 도졌다"고 말했다. 임과장은 또 "심장의 기능은 회복됐으나 뇌기능 손상과 심장약화로 면역기능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이에 따른 폐혈증이 주된 사인"이라고 분석했다.

고인은 원진직업병 노동자 협의회 회장을 거쳐 96년 원노위 위원장과 전국산업재해 단체연합 의장을 지냈으며 98년엔 산재추방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향년 66세.유족으로는 부인 이정자씨와 1남 1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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