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이 대대적으로 전국 PC방의 인터넷 고유번호(IP address)와 랜카드(전화선 모뎀에 해당) 고유번호(MAC address)를 조사하고,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검찰과 경찰 등 정부 수사기관이 그간의 전화 감청을 넘어서 개인의 e-메일(전자우편) 통신을 그 내용까지 불법 검열해 온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게다가 행정자치부는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 글을 삭제할 수 있다는 지침을 담은 [자치단체 인터넷운영에 관한 조례표준안(인터넷시스템 설치 및 운영에 대한 조례)]을 248개 지자체에 시달하기도 했다. 오프라인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간으로 남아있는 인터넷 공간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정판이 소위 '통신질서확립법' 제정이다.

통신질서확립법의 골자는 '불법 정보'를 처리하기 위하여 정보통신부 장관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준사법권을 주는 한편, '청소년 유해 정보'를 선별차단하기 위하여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만든 기준만이 적용되는 인터넷 내용 등급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법률안은 청소년보호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은 국가 기관의 단일한 기준 강제라는 측면에서 이 법률안이 '국가 기관에 의한 검열'을 합법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모든 사건들은 정보기술의 발전을 검열과 통제의 도구로 활용하는 한편 쌍방향적 인터넷으로 가능해진 민주주의의 활성화를 저지하겠다는 권력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의 운동과 더불어서 더욱 명확한 사실로 드러난다. 과거 공기업들이 담당해왔던 기간망에 대한 대국민 보편적 서비스가 공기업의 민영화, 사유화 속에 급속히 자본에 점령당하고 있다.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가 적용되는 시장의 영역으로서 정보통신 공간에서 이제는 더 이상 약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보편적 접근은 물론 자유로운 공동체를 거론할 수 없다. 정보는 철저히 상품이며 재산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인권보다는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재산권 강화 논리가 1세계 자본들의 강력한 이해관계 속에서 전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시장의 영역에서 '프라이버시권 보호'의 목소리가 드높지만 실상 개인정보는 상업적 거래물 - 즉 기업 재산으로 바뀌고 있으며 더 나아가 검열과 통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작업장마다 CCTV나 RFCARD 등 각종 노동자 감시 기계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다행히 온라인 시위를 통해 지금까지 대중적 관심 아래 있던 '통신질서확립법'의 문제를 물 밖으로 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그러나 진보네트워크센터에 대한 압수수색과 같이 예봉을 꺾으려는 정권의 탄압이 계속되고 있으며, 통신질서확립법의 문제를 '네티즌'과 '사이버 공간'의 문제로 좁히려는 언론전도 계속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통신상의 국가보안법'이라는 '통신질서확립법'이 네티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통신질서확립법이 기반하고 있는 탈규제, 유연화, 민영화, 개방화와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 체계는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격 및 민주주의의 후퇴와 같이 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천년을 진보와 민주 속에서 맞이하기 위해서 반드시 통신질서확립법을 제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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