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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기획> 한가위를 한가위답게 보내지 못하는 노동자들 명동 수배자들, "가족들이그리워"…위로방문 이어질 듯 장기투쟁 사업장, 몸 추스려 한가위 후 투쟁 준비


지난 7일 밤, 차수련 보건의료노조 위원장(41)의 마음은 착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날 남편 윤윤규씨와 아들 호균, 딸 건화가 미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현재 남편이 유학중이어서 가족이 모두 미국에 있는 차 위원장은 8일로 명동성당 들머리에서의 천막농성이 꼭 100일째 된다. 수배만 당하지 않았다면, 애초 계획대로 7월에 아이들이 모두 한국으로 돌아 올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엄마가 옴짝달싹 못하게 묶여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부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날 아들 호균은 공항으로 떠나면서 "엄마, 태풍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비행기도 못뜨고, 우린 안가도 돼잖아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던 것이다.
"정상적인 한가위이라면, 아마 아이들과 함께 충무에 있는 시댁에 가 있었겠죠. 그러나 지금 외롭다는 생각은 안해요. 한가위 때 노조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싶고요. 오히려 지금은 쉬고 싶은 심정인걸요"라며 애써 100일간의 지치고 힘든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명동에는 한가위을 외롭게 보내야 하는 이가 또 있다. 수배생활을 같이 했던 롯데호텔노조 간부들이 모두 자진출두하고, 스위스그랜드호텔 파업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조철 민주관광연맹 위원장만이 혼자 천막을 지키고 있다. 장손이기도 한 조 위원장은 올해는 제주로서 직접 차례에 참석하지 못한다. 게다가 출신사인 스위스그랜드호텔 파업사태가 장기화돼 급여도 지급되지 않아, 생활고도 심각하다.

그러나 조 위원장도 이번 한가위가 외로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이 차례는 못지내지만, 부인과 아이들이 명동으로 찾아올 예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지금은 스위스그랜드호텔의 어려운 투쟁이 있다. 스위스르랜드 호텔관련 한가위 후 있을 경총과의 본교섭 대책마련에 오히려 한가위때 평소보다 더 바쁠 것 같다.

역시 수배돼 있는 사회보험노조의 안호빈 수석부위원장, 정형석 정치위원장, 이봉기 서울본부 조직부장 등 6명도 명동들머리에서 농성중이다. 노조는 "파업 후 임금 지급이 안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자, 공단은 효도휴가비를 줄테니 빨리 복귀하라고 재촉하고 있다"며 "그러나 (조합원들은) 잘 버텨줄 거라고 믿고 있다"고. 한가위 후 대정부 투쟁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농성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한다.

명동에서는 한가위를 맞아 재밌는 행사도 열린다. 보건의료노조 천막 옆에서 농성을 벌이는 국가보안법 철폐 학생농성단이 주최가 돼 송편빚기 행사를 벌이는데, 여기에 명동 농성자들도 함께 참여하여 명절을 즐기려고 한다.

* 장기투쟁 사업장, 몸 추스려 한가위후 투쟁 준비

장기 투쟁사업장들 역시 한가위가 편하지만은 않다. 한가위 때 몸과 마음이 지친 조합원들을 추스려, 다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스위스그랜드호텔노조(직무대행 김동국)는 노조임원이 모두 구속된 상태에서, 회사가 교섭권을 위임한 경총과의 본교섭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지난 7일에는 노조간부들이 명동에 모여, 밤늦도록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벌써 8일로 파업 61일째를 맞고 노조는 다음 주 2차 본교섭에서 조금이라도 진전시키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호텔 로비 점거하고 있어 서울에 있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한가위 때도 조를 짜서 농성장을 지킬 계획이다.

이랜드노조(위원장 배재석)도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극대화되면서 파업은 더 장기화될 것 같다. 현재 교섭이 결렬된데다가, 성희롱 및 파견노동자 문제 등의 새로운 쟁점이 부각되면서 이랜드 사태의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맨하탄호텔노조(위원장 임성수) 역시 지난 설에 이어 이번 한가위 명절 역시 제대로 쇠지 못한다. 지난해 말 직장폐업으로 자동해고되면서 고용승계와 임금체불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사용자가 계속 증축공사를 실시하고, 농성장도 철거당했다. 지금은 투쟁기금 마련과 함께 2차 투쟁을 준비중이다.(아래 박스기사 참조) 한국오므론 역시 한일투자협정 진행과 맞물려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그밖에 올해 총파업 투쟁 및 호텔롯데, 사회보험노조 파업 등으로 구속·수배, 해고자가 속출하여 한가위을 잘 지내지 못할 이들이 많다. 7일 롯데호텔은 노조간부들에게 파업에 대한 책임을 해고 5명, 4∼6개월 정직 20명 등 총 25명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마음의 준비를 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어 충격이 컸다. 정주억 위원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원직복직이 되도록 하겠다"며 한가위을 앞두고 해고통지를 받은 조합원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장기투쟁 사업장들은 한가위를 끝낸 후가 더 관심사다. 한가위뒤에는 노동계가 본격적인 하반기 투쟁에 나서게 되는데, 그러면 현재 투쟁국면도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 한가위후 그들의 달라진 그들의 모습이 궁금하다.

연윤정 기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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