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관객 1,000만 시대가 열렸다. <실미도>라는 희대의 영화는 7~10년 동안 극장 근처에 가보지도 못한 사람들까지 스크린으로 끌어들이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배진경 선전부장은 “올해 3.8여성의 날 행사로 여성노동영화제를 기획해서 작품을 수집하면서 절감한건데 예상 밖으로 여성노동을 다룬 영화는 정말 찾기 힘들더라”고 말한다. 한국영화 관객 1,000만 시대. 여기에서도 성적인 이미지가 아닌 순수한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 그 중에도 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는 역시 소외되고 있다.

올해로 96주년이 된 ‘3ㆍ8세계여성의날’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대표 이철순)와 전국여성노동조합(위원장 최상림)이 여성노동영화제를 개최한다. 이번 영화제는 전국 9개 지역(서울, 인천, 부천, 안산, 전북, 광주, 마산창원, 부산, 대구)에서 개최되는데 주최측은 “영화제를 통해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짚어보고,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의 여성노동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현실에 대한 대응방법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로 취지를 설명했다. ‘차별과 빈곤을 넘어’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영화제는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총 25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첫 번째 섹션, <세계화, 차별과 빈곤의 굴레>에서는 초국적 자본이 값싼 인건비를 목표로 여성들을 집중 고용하는 산업에 투자하고 있고 여기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는 보호받고 있지 못한 현실에 주목한다. 뭄바이 국제공항 주변에 위치한 슬럼가 자리마리 노동자들의 삶을 보여 주는 장편 다큐멘터리 인도영화 가 주목해 볼 만하다.

두 번째 섹션 <여성으로, 노동자로 살아가기>는 여성으로, 노동자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현실과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막작이기도 한 영화 <소금>은 일하는 여성들이 아이를 갖기 두려운 현실, 임신한 여성 중 50%에 가까운 여성들이 유산을 경험한 철도 여성노동자들의 상황을 보여준다.

세 번째 섹션은 <비정규직, 70%의 이야기>로, 놀랄 만큼 우리 여성노동자들이 비슷한 상황을 보여주는 일본 영화 <법과 법사이의 여성들>이 눈에 띈다.

네 번째 섹션은 <그러나, 일어서라>에서는 자본과 경쟁이 중심인 현 사회에서 노동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바꾸기 위해 일어선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담은 영화들을 소개한다.

다섯 번째 섹션 <옛날 영화를 보다>에서는 노동운동가의 이야기 <노마레이>와 1954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진보적인 영화, 남편 대신 파업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아내들의 모습을 담은 <대지의 소금>이 상영된다.

서울 상영 : 3월 2~6일 떼아뜨르 추 (2호선 홍대입구역 6번출구)

여성노동영화제 사이트 : www.38women.or.kr

김경란 기자(eggs95@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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