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차량 운송기사들로 조직된 전국건설운송(레미콘)노조는 전국 단위 소산별 업종노조다. 이 노조는 2000년 9월19일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신고필증을 교부받았고, 지난 2001년 4월6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종료 결정을 받음으로써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임을 또 한번 인정받았다.

그런데 지난 9일 쟁의조정 과정을 거친 뒤 합법파업을 하고 있던 이 노조 서보분회장 조성동씨가 구속됐다. 구속영장 신청서에 따르면 “피의자는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서보산업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하지 않고 마치 설립필증을 받은 것인양 속였다.

조합원들에게 불법노조 활동을 마치 정당한 것처럼 속여 파업을 주도했다”는 것. 노조는 다시 수원지방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지만 지난 17일 기각됐다. 현행 노조법상 건설운송(레미콘)노조와 같은 전국적 소산별 업종노조의 경우, 지부나 분회 설립은 행정기관에 신고절차 없이 노조의 승인절차만 거치면 된다. 그런데 검찰과 수원지법의 논리대로라면 모든 산별노조 지부가 해당관청에 신고를 해야 한단 말이다.
이 노조는 전국 7개 지역지부와 52개 분회로 구성된 조합원만 1500명 규모의 노조다. 그동안 각 지역지부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은 건만 해도 일일이 셀 수가 없다. 그런데 경찰은 소산별노조 체계를 깡그리 무시한 행정해석으로 건설운송노조 52개 분회들을 불법으로 만들고 수원지방법원은 이 무지한 구속영장을 적법하다고 판단함으로써 1,500명 조합원들을 불법단체 소속으로 만들었다.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는 불법노조라는 기형적인 작품이 노동위원회와 검·경, 그리고 법원의 합작품으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건설운송레미콘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도우미, 보험모집인 이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보호입법을 논의한 것이 4년째다. 고 박일수 씨는 하청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은 물론 목숨을 지켜주는 안전장비도 멀리 있다며 불길 속에 목숨을 던졌다.
조속한 보호입법을 마련해서 특수고용노동자에게까지 법이 더 이상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절망을 갖게 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김경란 기자 eggs95@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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