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모일간지 기사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30대 기업 신규채용 늘린다’
그런 소식을 접하면서도 나의 눈은 의심을 가득 머금고 있다. 과연 신규채용이 온전히 정규직 신규채용일까. 혹 계약직 신규채용은 아닐까? 또 다른 계약직을 볼모로 한 정규직의 신규채용은 아닐까. 늘어만 가는 비정규직 양산의 또 다른 모습은 아닐까?

서울지역중소기업일반노조의 000분회가 속한 한 사업장에서는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해 오던 사업을 반납하면서, 사업종료를 이유로 1~2회 계약을 갱신해온 계약직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을 해지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계약직 노동자들은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제기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1~2회의 계약갱신이 있었던 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하였으나,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고 동일한 조건으로 근로를 제공했던, 1회년도로 계약이 종료된 다른 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하였다.
그에 반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비록 일부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고 1회년도로 계약이 종료하였다 하더라도 타 계약직 근로자들의 고용조건과 같은 동일한 여러 가지 조건에서 단지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달리 볼 이유가 없으므로 이 역시 계속적인 고용기대의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주장하는 재심근로자들의 이유가 상당하다고 판단되므로, 부당해고 해당된다”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에 따르면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별도의 조처를 기다릴 것이 없이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1996.8.29, 대법 95다 5783)”이라고 판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례는 근로계약기간을 설정해야할 합리적 필요성이 존재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내린 형식적인 판단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취업규칙 등에 정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는 근로계약기간이 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근로계약기간을 설정하지 않고 일정연령까지 근로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 제도인 것이다.

이러한 일반적 정년규정에도 불구하고 단지 사용자의 편의에 의해 단기근로계약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당연히 근로관계가 종료된다고 하는 판례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다.
이와는 다른 해석을 하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처음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그 근로계약이 계약서의 문언에 반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8.5.29, 선고 98두625)”고 하고 있다.

실제 적지 않은 회사들은 근로계약기간을 설정해야할 합리적 사유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를 1년 단위로 재고용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택하고, 회사가 요구한대로 날인하지 않으면 취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회사 쪽의 일방적인 요구에 순응하여 단기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 판례는 계약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제도적 뒷받침도 없고, 당사자간 근로계약서에 정한 근로계약기간은 단지 형식에 불과한 것으로서 기간 만료 후에도 당연히 계속하여 근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하였다면 단기근로계약을 수차례 반복갱신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은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으며 해고제한 법리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해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일반노조 000분회의 경우에 회사 쪽에서는 조합원들이 노조활동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을 반납하면서까지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계약직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작태를 서슴지 않았다.

회사 쪽에서는 단기근로계약기간의 설정을 악용하여 “노동자의 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종료시킴으로써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위축시킴과 동시에 노조의 조직과 운영을 회사의 의도대로 조정하여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근로계약이 수차례 반복 갱신된 경우에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형식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기간을 설정해야할 특별한 사유가 존재했는지 여부 등에 의해 판단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생존권 및 단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단기 근로계약기간 설정제도가 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미영 공인노무사(서울지역중소기업일반노조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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