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울산본부(본부장 이헌구)는 지난 14일 오전 11시부터 울산본부 상집위원과 금속산업연맹,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조, 민주노총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비정규직 차별철폐·노동탄압 분쇄 고 박일수 열사 분신 대책위원회(위원장 이헌구)’를 구성하고 세부 일정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고 박일수씨의 유일한 유족인 딸 박 아무개(28)씨는 민주노총 울산본부에 부검, 장례절차, 보상관계 등의 모든 결정을 위임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노조가 15일 오전 10시경 갑작스럽게 대책위 불참의사를 밝혀 대책위원회의 교섭에 현대중공업 원청노조를 참여시키는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책위원회는 이 사건을 비정규노동자들이 겪는 극도의 차별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분신항거라고 규정하고, 고 박일수씨의 유서를 토대로 비정규노동자들의 현실과 분신항거의 정당성을 알려나가는 동시에 세부적인 요구사항과 장례절차, 보상 문제를 결정하기로 했다.
대책위의 교섭위원으로 이헌구 비상대책위원장과 금속산업연맹 김경석 울산본부장,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조 조성웅 위원장이 선임됐다. 향후 대책위는 지역 내 정당, 시민단체 등을 포함해 울산지역 전체가 참가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고인의 뜻을 담아 사내하청 노동자 근로기준법 준수와 노동권 보장을 주된 요구사항으로 설정, △전 공장 전 업체의 사내하청 노동실태 실태조사 △특별근로감독 실시 △사내하청노조 인정과 공식적인 활동보장 △현대중공업의 하청노동자 사용자성 인정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세부 요구안은 지난 7월22일 고 박일수씨가 인터기업에 요구한 △임금인상분 하청 동일적용 △주차 월차 휴일근로 초과근로수당 지급 △예비군 훈련 법정시간 인정 △설 휴가 하기휴가 70% 유급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안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법제도 개선 요구로 확산

또한 이번 사건을 통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에서 만연한 불법파견문제와 원청업체의 사용자성 인정, 간접고용 노동자와 노조들의 노동3권 보장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 전반 법제도적 요구사항으로 확산될 것인지도 쟁점이다.

대책위는 요구사항의 수위를 비정규노동자 전반으로 넓혀 비정규노동자 차별철폐, 불법파견 적발, 간접고용노동자들의 노조활동 보장 등의 법제도 개선 방향으로 확대하는 여부는 시기와 수위를 논의 중이다.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 김진억 국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간접고용 노동자 대책위원회’를 구성, 건설일용노조 탄압, 현대중공업 분신사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경일기업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투쟁 등을 모으는 공동투쟁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차원의 대책위원회가 현중노조가 불참한 상태에서 그만한 수위의 요구를 택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찰, 시신 부검 위해 후송

현재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울산대병원이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북구라는 점에서 대책위의 반발이 크다. 사건 담당 변호사인 최용철 변호사는 “시신이 발견된 14일 새벽, 검찰과 경찰은 부검을 이유로 시신을 현대병원으로 옮겼다고 하지만 당시 검찰은 영장조차 발부되지 않은 상태로 중공업공장과 시신을 분리하려는 의도를 갖고 시신을 현대병원으로 강제 후송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은 고인의 사인이 불명확하고 사후 목격자만 있을 뿐 분신당시 초반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인규명을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요청, 변사체에 대한 지정 부검병원이 현대병원이라는 이유로 시신을 후송했다.
그러나 검찰의 업무시간 전에 사전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고 시신을 강제로 후송한 것은 현장과 시신을 분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 대책위는 현재 부검을 원칙적으로는 반대하지만 경찰이 부검을 강요할 경우 현대중공업 근처인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서 진행해야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책위에 불참 의사를 밝힌 현대중공업노조의 행보도 관건이다. 이헌구 울산본부장은 “현대중공업노조가 없는 상태에서는 원청을 상대로 요구안을 관철시키기가 난감한 문제”라며 난색을 표명했다.
이후 대책위는 15일 오전 11시 밤샘 회의를 통해 논의된 결정사항을 알리는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시신이 울산대병원으로 후송되면 중공업 정문 앞에서 추모집회를, 계속 현대병원에 안치될 수밖에 없을 때는 병원 앞에서 규탄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그밖에 단사별로는 분향소 설치와 리본달기, 추모 현수막 부착 등이 진행된다.

울산=김경란 기자(eggs95@labornews.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