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노동계가 노동당의 친기업 정책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100년 넘게 지속돼 온 양측의 연대가 단절 위기를 맞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최대 노조 가운데 하나인 철도해양운송노조(the Rail, Maritime and Transport union, RMT)는 지난 7일 산하지부의 다른 정당 지지를 중단해 달라는 노동당 지도부의 최후통첩을 거절함으로써 노동당과의 연대 단절을 공식화 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RMT가 다른 정당 지지가 가능하도록 개방형 연대방침을 결정한 이후 최근 스코틀랜드 산하 5개 지부가 좌파성향의 스코틀랜드사회당(SSP)에 가입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따라 노동당은 RMT에게 “산하 조직들의 다른 정당 가입을 철회하지 않으면 노동당과 RMT의 관계가 단절될 것”이라며 8일 정로를 최후시한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7일 오후에 글래스코에서 열린 노조 긴급 대표자회의에서는 42명의 찬성으로 개방형 연대방침이 재확인 됐으며 노동당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대표자는 8명에 그쳤다.
RMT은 회의 직후 논평을 통해 “이번 회의의 결정은 스코틀랜드 지부들이 SSP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부들이 스코틀랜드사회당과 제휴하는 것을 결정했다면 그것은 그들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봅 크로우 사무총장도 “우리는 노조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이 같은 결정에 도달했다”며 “어떠한 정당도 우리 정책에 대해 명령을 내리거나 내부 구조에 대해 간섭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동당의 최후통첩에 대해 “우리는 노동당에서 추방당하기를 결코 원하지 않았다”면서도 “우리가 고용주로부터의 협박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노동당으로부터 협박도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다”고 노동당을 비난했다.

노동계, 노동당 우경화 강한 불만

특히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 RMT 스코틀랜드 지부들의 스코틀랜드사회당 지지철회 거부에서 비롯됐으나 토니 블레어 현 영국 수상 집권 이후 노동당의 우경화에 대해 좌파 노조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다른 노조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구나 1870년에 출범한 RMT는 전국적으로 270개 지부에 6만7,000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으며 주축인 철도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지난 1899년부터 노동당 창당 준비 작업에 참여해 100년 이상 노동당을 지원해 왔다.
현지 언론은 이번 결정 이후 RMT에서 두 개 이상의 지부와 스코틀랜드 지역 위원회가 스코틀랜드사회당 가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4,500명 규모의 통신노조도 스코틀랜드사회당 가입이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노동당 정부정책에 반발,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소방관노조(The Fire Brigades Union)도 노동당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우 사무처장은 다른 노조들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다른 노조들이 우리 결정에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처럼 다른 노조들의 (노동당 지원 중단) 결정에 간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 노조와 같이 강력하게 투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정당은 지지하지 않겠다”며 노동당의 중도노선과 친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동당의 이안 맥카트니 의장은 “크로우 사무총장은 오래전에 노동당과 절연을 결정해 왔다”며 “노동당과의 반목을 중단하라는 다른 노조지도자들의 충고를 무시한 그의 결정에 대해 조합원들은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고 크로우 사무총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스코틀랜드사회당의 토미 세리던 위원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사회주의 정치를 발전시키는 새로운 시대로 이끌 것”며 “새로운 노동당의 친 기업적 정책은 지난 100년간 노조활동가들이 지지해 온 사회주의정치의 적”이라고 노동당을 공격했다.

그는 또 “스코틀랜드사회당은 노동당에 비교해서 매우 작은 신생 정당이지만 노동당도 작은 정당으로부터 출발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다른 노조지도자들도 스코틀랜드사회당으로 전환하라”고 호소했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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