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고려산업개발을 인수한 두산그룹이 두산건설과 고려산업개발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고려산업개발 산하 3개 노조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려산업개발노조(위원장 김학진), 금속노조 고려산업개발지회(지회장 윤장혁), 고려산업개발 레미콘노조(위원장 신현만) 등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철동 삼일빌딩에서 고려산업개발 합병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을 가졌다.



김학진 위원장은 “두산그룹은 당초 입찰서에 고려산업개발의 성장기반을 재정립하고 계속기업으로서의 지속성장을 제시했을 뿐 합병과 관련한 내용은 언급조차 없었다”며 “부채율 35%에 300억원의 흑자를 내고 있는 고려산업개발을 부채율 600%에 3년간 자본잠식이 되고 있는 두산건설과 합병한다는 것은 그룹사의 부실을 처리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노조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이상훈 변호사는 “재무상태가 부실한 코스닥기업이 우량회사 인수합병(M&A)을 통해 부실을 해소하고 자금을 빼가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이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며 “두산 쪽의 합병추진은 주식시장의 질서를 교란하고 법원을 기만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면 두산건설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경영기획서에 고려산업개발의 독자경영을 약속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수팀을 구성해 정밀실사를 한 결과, 재무상태는 정상화됐다 해도 영업면에서 취약한 부분이 나타났다”며 “이미 고려산업개발에는 60여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한 상태여서 6조원 이상의 수주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두산건설과 합병한다면 이를 해소하고 영업부실에 따른 리스크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학진 위원장은 “건설업계가 동절기에 ‘한시적’으로 인력이 남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를 두고 잉여인력이라고 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이라고 맞섰다.
3개 노조는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이미 두산중공업과 두산기계의 인수과정에서 계열사를 통한 편법인수를 밥 먹듯이 해 온 두산그룹이 이번 강제합병을 통해 비도덕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라며 “이후 합병중지를 위한 각종 민형사상 법적조치를 강구하는 한편 두산그룹의 부도덕성과 이중성을 범국민적으로 알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란 기자 eggs95@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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