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고 이용석 지부장의 분신, 노동부직업상담원노조의 파업 등으로 인해 정부나 산하단체 혹은 공공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은 사회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공공부문의 노조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어려운 협상 끝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소비자조사, 시청률조사 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인 에이씨닐슨코리아 노조(위원장 양재금)는 시장조사기관이라는 업체 특성상 비정규직 비율이 상시적으로 30% 이상을 차지하자 지난 2000년부터 비정규직을 노조 가입대상으로 확대했다.
그 해 임단협에서 노조는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한 끝에 2년 이상 근무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단시간 계약직에게까지 4대 보험을 적용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축산물에 대한 품질등급을 판정하는 일을 하는 정부위탁기관 축산물등급판정소 노조(위원장 남건)는 2002년 회사가 정규직이 하던 업무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자 바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간담회를 열어 비정규직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알리고 ‘동일임금 동일노동’을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2003년 임단협에서 계약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이후 정규직 업무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경우 채용기간과 정규직 전환 시기를 노조와 협의한다는 내용을 보충협약으로 체결했다.

정보통신노조(전 데이콤노조, 위원장 한현갑)는 비교적 대규모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의 노조 직가입을 추진했다는 것과 노조 사업에서 비정규직 참여를 유도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정보통신노조는 2002년부터 노보나 소식지를 비정규직에게도 배포하고 노조 홈페이지 열람을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노조 체육, 문화 행사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노조가 주관하는 교육과 노조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정규직과 우선순위를 동등하게 부여해 차별을 없앴다.

공공연맹 미조직비정규실 이미경 실장은 “이 같은 사례들은 작은 단위 사업장이지만 모범적으로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임단협 교섭 등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한 결과”라며 “그러나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문제는 정부 예산과 인력 구조의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경란 기자 eggs95@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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