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1.20 수 08:00
상단여백
HOME 피플ㆍ라이프 영화ㆍ공연
‘잘 만든 영화’의 고민이 휘날리다<태극기 휘날리며>가 호소하는 눈물
개봉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3일에야 이 영화는 완성된 모습으로 언론 시사회를 했다. 후반 작업을 마치지 못했다는 이유였지만 그만큼 사전 탐색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작품에 자신이 있다는 것 일 테다. 최초 상영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럴 줄 알았다. 강제규 감독다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눈물로 범벅된 한국전쟁

1950년 6월, 구두닦이를 하며 열심히 제화기술을 익히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진태(장동건 분).
그는 심장이 허약한 것이 걱정이지 학교에서 줄곧 1등을 놓치지 않으며 가족의 기대주로 자라나고 있는 동생 진석(원빈 분)을 끔찍이 아끼고 사랑한다. 말을 못하는 장애를 가진 홀어머니, 너무나 헌신적인 약혼자 영신(이은주 분), 그리고 그의 희망이자 전부인 동생 진석과 함께 하는 일상은 가난하지만 평화롭고 즐겁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시를 살던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피난을 떠나던 중 군인들에게 징병된 두 형제. 이때부터 진태의 눈물겨운 ‘진석 지키기’ 작전이 펼쳐진다.
모든 전투에서 선봉대를 자청해 동생을 후발대로 빼내게 하고 그도 모자라 무공훈장을 타면 동생을 제대시켜 주겠다는 대대장의 약속에 전투마다 혁혁한 공을 세우는 전쟁영웅으로 변화해 가는데.

흔히 제작비를 많이 들인 영화를 ‘블록버스터’라고 했다. 요즘은 이보다 훨씬 공을 들였다는 개념으로 단순히 제작비를 넘어서서 치밀한 시나리오와 기획력, 작품의 완성도까지 미리 계획해서 만들어낸 영화를 ‘웰메이드(well-made)’라고 한다. 그런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평단에서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어찌되었건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실미도>는 새롭고, ‘볼만한’ 영화다.



그리고 <태극기…>가 왔다. 사전기획기간 1년3개월, 검증기간 2년5개월, 순수 제작비 147억원, 엑스트라 총 동원 수 2만5천명, 200여 명의 스텝 투입… 이만큼 시간과 돈, 그리고 인력을 투입한 것을 결코 아깝게 여기지 않을 화려한 전투씬들은 보기 드문 수작이기는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웰메이드’가 되고파 하는 이 영화를 두고 안타까운 것은 너무나 뻔하게 ‘쉬리’를 벗어나지 못한 이야기 구조다.
분단된 조국에서 상반된 임무를 맡고 있는 연인이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김윤진은 사랑 앞에서 웅장한 음악과 함께 피 흘리며 죽어가고 관객은 이들을 너무나 짠~하게 바라본다.

장동건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살인기계가 되어가고 마지막까지 동생의 퇴각을 돕기 위해 아군에게 총을 겨누며 장렬히 전사한다. 두 영화는 분단의 현실이 혹은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개인들의 사랑이나 가족을 빼앗아 갔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자꾸 거짓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극적 연인들의 로맨스와 의좋은 형제들의 버디무비에 남북한의 분단현실과 한국전쟁을 갖다 붙인 것이 전부다.
이미 관객들은 <공동경비구역 JSA>같은 ‘잘 만들어진’ 영화들을 봤다. 그런 관객들이 ‘더도 덜도 말고 오늘 같았으며 좋겠어요’, ‘형… 나 대학가는 것도 봐야지’하며 신파조 대사를 뿜어내는 영화를 어떻게 평가할지 두고 볼 일이다.

김경란 기자 eggs95@labornews.co.kr

김경란 기자  labortoday@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경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