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증가하지 않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1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고용 없는 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 최영섭 연구위원은 최근 ‘산업경제정보’에 발표한 ‘미국 경제의 일자리 없는 성장-현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지난 2001년 회복세로 돌아선 이후에도 2003년 여름까지 노동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은 지난 2001년 4/4분기를 지나면서 플러스로 반전됐으며 2003년 2/4분기에 3.1% 성장에 이어 3/4분기에는 8.2%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실업률은 2001년 이후 오름세를 지속해 2003년 6월에는 6.4%까지 상승했다.
이는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2001년 11월의 5.6%보다 0.8%p나 높은 수준으로 국내 생산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더구나 실업률이 2003년 6월 6.4% 이후 감소세를 유지해 지난해 12월 5.7%까지 하락하면서 외견상으로 실업상황이 호전되는 듯 보였으나 여전히 고용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취업률 2년 이상 하락세

노동시장의 취업상황을 보여주는 취업률(16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의 경우 2003년 9월 62.1%로 가장 낮게 나타난 이후 10월과 11월 소폭 상승하다가 12월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 62.2%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취업률은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당시보다 2.1%p나 낮은 상태로 2년 이상 하락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현재의 일시적인 이라크 전쟁 장기화에 따라 징집인력의 대체효과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며 “이 같은 소폭 개선상황이 실질적인 고용사정 개선에 따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 연구위원은 또 “90년대 이전까지는 1개월~7개월의 시차를 두고 경기회복에 따른 취업률이 상승해 왔다”며 “이처럼 취업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은 유례가 없는 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같은 일자리 없는 성장 현상이 △느린 경기회복 속도 △높은 실질고용비용 △고용관행 변화 △인력의 외주 확산 △생산성 향상과 구조적 고용감소 등 구조적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어 향후 고용회복 전망도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 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 최근의 느린 고용회복은 구조적으로 미국 노동시장에서 일자리 창출 능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구조적인 요인들이 앞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경기회복에 따른 일자리 증가가 나타나더라도 그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자리, 성장잠재력 확충과 조화해야

국내 고용 상황과 관련해서도 최 연구위원은 “최근 우리 경제의 회복도 고용흡수력이 그리 크지 않은 수출 부문 중심으로 경기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더라도 곧바로 고용증가로 이어지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최 연구위원은 “일자리 창출 전략이 단기적 성과에 지나치게 치중하지 않으면서 장기적 성장잠재력의 확충과 조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자리 창출 능력 저하와 함께 미국 기업들의 감원 행렬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월에 발표된 미국 기업의 감원규모는 11만7,556명으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26%나 늘어났다.
업종별로는 소비재생산업계가 가장 많은 2만2,775명의 감원계획을 발표했으며 금융서비스업종과 소매업계도 각각 1만5,157명과 1만4,016명을 감원키로 했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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