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집행부에 충고…“부위원장들은 위원장 뜻 잘 전달해야”


임기를 마친 민주노총 전직 임원들을 굳이 분류하자면 현장 복귀파와 정당 진출파로 나누어질 수 있다. 하지만 3기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지낸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현재로서는 ‘가정 복귀파’이다.

2일 서울 시내 자택에서 만난 차 전 위원장은 2년 만에 하는 엄마 역할에 여념이 없었다. “애들이 제가 해준 된장국과 청국장을 얼마나 잘 먹는지 몰라요. 하루세끼 식사를 차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밥을 먹고 있는 두 자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수배생활과 투옥기간 중 부쩍 커버린 자녀들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이 동시에 묻어 나왔다.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과 장기간 수배생활로 악화된 건강을 위해 하루 30~40분씩 하는 걷기 운동이 최근 그의 하루 일과다. “현재로서는 바깥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건강을 추스르고 애들과 지내는데 전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민주노총 새 집행부 출범을 앞두고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 그의 모습은 각종 회의와 집회에서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토해냈던 예전 그대로였다.

“현장은 언제나 적과 대치 중, 그런데 중앙은…”

차 전 위원장이 새로 출범할 민주노총 집행부에게 하는 첫 충고는 현장과의 괴리극복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처음 노조가 생겼던 예전의 한양대병원이나 지금의 세원테크는 비슷하다.
노조가 생기자마자 탈퇴 작업 등 엄청난 탄압이 들어오고 조합원들은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반면 전노협은 민주노총 출범으로 이어지고 합법화를 거치며 양적, 질적으로 발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장의 모습은 그대로인 반면 중앙은 활동가들의 증가 등 큰 변화를 겪어 왔다. 결국 현장은 언제나 적과 직접 대치중인 반면 중앙은 그렇지 못하면서 관료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중앙에서는 상대와 직접 마주보고 있지 않으니 적과 동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까지 생기는 겁니다. 민주노총 홈페이지 선거관련 글들을 읽어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어요.
작은 차이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내지 말고 지도부와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의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최대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 전술을 수립해야 합니다.
조합원들이 힘들어하면서도 투쟁하는 것은 지도부와 간부를 믿기 때문인데 그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볼 수 있어요.”

논의는 치열하게, 발목잡기는 곤란

이수호 신임 위원장에게는 토론이 활성화된 회의, 현장과 산별연맹의 고민과 상황공유를 위한 산별대표자회의 정착, 사업,투쟁,행사 평가사업의 정착을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노사정 교섭 틀 안착과 총파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사업장들의 상황 고민 등 현직에서 본인이 자주 했던 주장에 대한 해결 주문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수호 위원장이 다양한 수렴과 토론 끝에 정해진 조직방침은 소신을 가지고 밀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과정은 민주적으로 집행은 소신껏 해야지요.”
부위원장이었던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임 부위원장들에게 하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현장에는 위원장의 뜻을, 중앙에는 산별연맹과 지역본부의 뜻을 잘 전달해야 합니다. 내부 논의는 치열하게 하더라도 발목잡기식의 행위는 곤란하지요.”
당분간 바깥일에는 신경 쓰고 싶지 않다던 그도 3일 예정된 민주노총 이,취임식은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단병호 위원장님이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는데…”

김학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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