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미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미래가 좌지우지될 만큼, 교육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벌써 200년 전, 시민교육의 하나로 어린 시절부터 일상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교육이 있다. 그것이 바로 ‘노동교육’이다.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노사관계, 노동계를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붙이는 언론과 상당수 국민 등 노동에 대한 몰이해 속에 어느새 굳어져 버린 ‘의식과 관행’이 지금 어두운 노동역사를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한국노동교육원법개정안(민주당 박인상 의원 대표발의)’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교육원법 개정으로 교육 목적과 대상이 확대되면서 노동교육원이 ‘명실상부’한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노사 당사자로 한정됐던 교육대상이 국민 일반으로 확대됐고 교육원 목적 또한 노사관계, 고용 등 ‘노동의 제반문제’로 넓혀졌다. 지난 90년 한국노동교육원법이 공포된 뒤, 99년 공무원 직무교육 내용이 첨가된 것 말고는 꼭 13년 만에 대대적인 개정이다. 이로써 국민을 위한 노동교육 ‘시대’가 열린 것이다.
노동교육원법 개정으로 올해 누구보다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 안종근 한국노동교육원장(56)을 지난 19일 만나, 이후 계획 등 관련 얘기를 들어봤다.

- 이번 노동교육원법 개정에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인가.
“뭐니 뭐니 해도 교육 목적과 대상이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의미다. 노동사를 다시 써야 한다. 문구 하나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차근차근 사업이 이뤄질 일이지만 노동의 가치, 노사관계 등에 대해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최소한 교사들 입에서 ‘너 공부 못하면 공장 가야해’ 라는 소리는 나오지 말아야 하지 않나. 또 사용자들이 ‘종’부리듯 노동자를 대해서는 안 되지 않나, 노동자도 노동의 가치가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이런 교육이 일상화되면 노사관계는 국민들이 심판하게 될 것이다. 사용자가 ‘블랙리스트 작성’ 등 나쁜 짓을 하면 국민들이 먼저 잘못했다고 지적하고 노동자들이 불법행위를 하면 ‘옳지 않다’고 입바른 소리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노동부가 하나 더 생기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 노동교육에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 같다. 올해 역점을 둘 사업은.
“노동문제는 민감한 것이니 만큼, 한꺼번에 욕심을 낼 수 없다. 우선 올해는 학교 노동교육을 제도화하는데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노동교육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취업담당 교사, 일반교사뿐만 아니라 교장, 교감, 장학사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노동이 뭐고, 노동은 천한 것이 아니라는 것, 학생들 나이에 맞게 노동법, 노동과 자본의 관계, 노사관계, 노조가 무엇인지, 필요한 파업은 해야 한다, 등을 먼저 교사들에게 인지시키고 어떻게 학생들에게 지도할 것인지 가르칠 것이다. 필요하면 학교에 찾아가고 교육원에도 오게 할 것이다. 또 교육부와 협의 중에 있는데 교사들 연수과정에 노동교육을 넣을 생각이다.

이와 함께 올해 공공부문 노사관계 개선을 위해 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 공무원노조 등 공공부문은 노사관계의 핵심이다. ‘공격논리’에 익숙한 노조와 ‘무지’에 가까운 공공부문 사용자에게 노동과 관련,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산업자원부, 재정경제부, 정부 산하기관, 공기업 등 노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교육을 벌일 계획이다."



- 머지않아 교과서 가운데 ‘노동’ 과목도 생길 수 있는 것인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노동을 별도로 만드는 것보다 사회, 경제, 수학, 국어 속에 노동을 제대로 흡수시키는 것이 지금은 더욱 중요하다.
노동은 모든 것과 관련이 있는데 역설적으로 따로 뗄 경우 차별화한다는 느낌도 들 수 있다. 그래서 모든 과목의 교사들을 상대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또 교과서에서 노동을 왜곡한 내용을 시정하는 작업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6차 교과서에는 노조를 이상한 집단으로 형상화한 경우가 많았다.”

-솔직히 장밋빛 계획으로 들리는 부분도 많다. 고민이 되는 지점은 없나.
“시간의 문제지, 걸림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국민들 호응이 있으면 정부의 지원은 따라오게 돼 있다. 국민들 대상으로 노동교육 하는 것은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사안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내 일생을 걸어 적극적으로 추진할 만한 사업이라고 본다. 차분히 해 나가겠다. 노동계, 경영계에서도 많이 도와줄 것이라고 이미 의사를 밝혔고 앞으로 더 많이 기대하고 있다.”

- 덧붙일 말은.
“국민 노동교육의 하나로 노동역사를 보존할 만한 기념관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 교육원의 신명 사무총장 아이디어인데, 난 적극 동의했다.
우리의 노동역사가 100년이 넘었는데도 기록, 자료 보존이 참 미비한 실정이다. 자랑해야 할 역사, 부끄러운 역사, 사진도 갖다 놓고 플래카드, 회의자료, 일제 당시 항거했던 노동자들의 ‘낫’ 등 모든 것이 보존돼야 한다.
그것은 곧 민족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웃나라 일본만 가도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지금부터 시작할 것이다.”

30년 가까이 노동부에 몸담았다가 지난 2002년 12월부터 노동교육원에서 일을 시작한 안종근 원장. 그는 교육원에 처음 발을 디딜 때부터 이곳을 ‘국민의 노동교육센터’로 구상했고 결국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안 원장은 노동교육원법 개정으로 올해 ‘국민 노동교육 센터’라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첫 단추를 힘 있게 채우고 있다. 첫 단추인 만큼, 안종근 원장의 역할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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