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과 12월 전력노조와 발전노조는 임단협 투쟁을 진행했다. 이에 앞서 이들 노조는 같은 해 7월 전력관련 노조연대를 함께 출범시키면서 임협 교섭시기 조율 및 교섭전략 공동수립 등을 결의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공동 교섭전략 수립은 물론이고 변변한 공동집회 한번 열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 예산지침으로 인해 각 사업체간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임금인상률 공개를 꺼리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임단협 투쟁을 위한 집회에서도 같은 건물 안에 있는 전력연대 노조들이 노조 깃발을 들고 연대하기는커녕 서로 구경꾼에 머물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름만 연대일 뿐 실제로는 연대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임단협 교섭 돌입 직전, 전력연대 실무자회의에서는 주5일근무에 대비해 공동으로 법률해석과 정책마련, 조합원 교육 등을 결의했지만 임단협 투쟁에 따른 회의 중단으로 대표자회의에서 공식 결의가 미루어지고 있다.

임협 공동대응도 부실
현재 전력연대에 참가하고 있는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의 전력노조, 한전기공노조, KDN노조, 한전산업개발노조, 파워콤노조와 민주노총 소속 발전노조, 한전기술노조, 원자력연료노조, 그리고 상급단체가 없는 한국수력원자력노조이다.
전력연대가 출범하면서 결의한 것은 임협 공동교섭전략 마련 외에도 △인사, 예산 통제 등 자율경영권 침해에 대한 공동대처 △일방적 경영혁신 및 구조조정에 의한 인력감축 저지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연대활동이 포함돼 있다. 장기적으로는 산별노조 구상까지 포함돼 있었다.
오는 7월부터 대부분의 전력연대 소속 사업장에서 주5일근무가 실시되고,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안이 5월 이후에 나올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향후 전력연대의 행보는 더욱 주목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발전노조 한 관계자는 “지난 11-12월 임단협 집중 관계로 회의가 중단됐지만, (지금까지의 관계를 봤을 때) 형식적인 연대의 모습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특히 배전분할과 발전민영화라는 부분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전력노조와 발전노조가 전력산업 구조개혁 투쟁 전술에서도 일정정도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향후 전력연대사업의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전력노조가 지난해 9월부터 노사정위 공공부문 구조조정 특위에 참가해 ‘합리적인 전력망 산업 개혁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반면 발전노조의 경우 노사정위 참가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력노조 측은 배전분할과 발전매각저지의 타당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노사정위 참가가 불가피한데다가 노조 과거사에 대한 부담감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력노조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전 집행부가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합의한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발전매각의 사전조치로 볼 수 있는 배전분할 타당성 여부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려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5일근무, 노사정위 연구결과 변수될 수도
이처럼 전력연대 향후 활동에 대해 전력연대 내 일부 부정적인 전망이 있는 반면 긍정적인 전망을 내 놓는 이들도 있다. 전력노조 관계자는 “전 집행부 과거사에 대한 부담, (가장 큰 조직인) 전력노조의 전력연대 내 불필요한 갈등유발 지양 원칙, 각기 다른 상급단체로 인해 전력연대의 활동이 미약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전력관련 회사들이 모-자회사로 이어져 다른 업종보다 산별교섭의 전망은 유리하다고 본다”며 “향후 주5일 근무에 대한 공동대처에서 가시적 성과가 생긴다면 전력연대의 발전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전력연대는 뭐하고 있나’라는 시각으로만 바라볼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전력노조, 발전노조, 학계,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진행 중인 ‘21세기 한국의 전력산업 바람직한 발전방향과 공공성강화를 위한 정책제안’ 프로젝트도 침체에 빠진 전력연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이 사업이 전력연대 활동과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지만 프로젝트 결과와 노사정위 결과가 나오면 전력연대 내에서의 관련논의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전력산업구조개편 대응에 대한 일환으로 2월 중 상급단체를 결정할 한국수력원자력노조의 행보도 어떤 식으로든 전력연대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학태 기자(tae@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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