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한국생산성본부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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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역사를 지나 새로운 10년의 역사를 앞두고 민주노총의 새 집행부가 탄생했다.
선거과정에서 노동현장의 관심과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희망조직으로 우뚝 서야 한다는 갈망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여론과 언론의 관심도 집중된 것 또한 민주노총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역사를 새로 써나갈 새 집행부가 노동자와 민중의 희망을 힘 있게 개척해나가길 바라며 몇 가지 당부하고 싶다.

첫째, 현장과 함께 하는 민주노총이 되어야 한다.
사업계획을 세울 때나 사업을 추진할 때, 정책을 만들어낼 때나 투쟁을 조직하고자 할 때 그 어느 상황에서도, 현장을 발로 뛰면서 현장의 의견을 모아내고,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아내는 과정을 착실하게 밟아야 한다.
현장간부들이 대대적으로 참가하여 사업계획을 논의하고 의견을 모아내는 수련대회, 현장조직의 간부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각종 회의와 위원회 활동, 현장간부들이 실제로 많이 참가하는 토론회, 현장을 조직하기 위한 간담회와 설명회 등을 세밀하게 기획하여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노총은 관료주의의 병폐에 물들지 않고 건강한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현장을 탓하는 민주노총이 아니라, 앞장서서 현장의 어려움을 돌파해나가는 민주노총이 될 수 있다.

둘째, 총연맹이라는 조직의 위상에 걸 맞는 민주노총이 되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각 산별연맹들을 총괄하고 있는 총연맹조직이다. 총연맹은 노동자들의 대표조직으로서 정권과 자본의 총공세를 돌파할 수 있는 총 노선과 전략을 수립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노총은 우리나라 전 산업의 고용,임금,노동안전정책, 사회개혁과 노동자복지정책을 마련하고, 산별노조 건설,강화전략,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전략, 비정규직에 대한 노선, 노동자 정치세력화 노선을 세워야 하며, 노동자총연대전선, 각계각층 사회연대전선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각 산별연맹과 밀접하게 결합하고, 지역 속에 뿌리박고 활동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은 교육원, 고용센터, 정책원 등 기본 인프라들을 알차게 조직하고 운영해나가야 한다. 당면한 사안에 매몰되어 총연맹의 위상에 걸 맞는 활동체계를 만들어나가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의 힘은 줄어들고 위상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셋째, 사회개혁을 주도하는 민주노총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치열한 투쟁을 통해 임금과 근로조건, 고용안정 등 노동자들에게 절박한 문제들이 개별 기업 내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법과 제도, 정책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또한 사회 전반의 개혁이 힘 있게 추진될 때 우리 사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익과 행복이 커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그런 만큼 민주노총은 사회제도를 바꾸기 위한 사회개혁투쟁, 사회공공성 강화투쟁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을 뛰어넘어 산업별, 전 사회적 활동을 개척하고,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각계각층 민주시민사회세력이 결집하는 광범한 민중연대전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하는 활동을 펼쳐야 한다.

넷째, 혁신하는 민주노총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집행부는 “우리를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당선됐다. 민주노총이 희망을 만드는 조직, 승리하는 조직이 되려면 치열한 내부 혁신을 해야 할 것이다.
내부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의 민주노총을 약화시킨 원인에 대해 분명한 처리를 해야 한다. 내부의 잘못된 노선이나 분파주의적 활동을 그대로 방치하고 진정한 개혁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한편 대중조직의 원칙에 맞게 신념과 사상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같이 뭉치고, 이견이 있더라도 힘을 하나로 합치는 조직통합력과 통 큰 단결력을 발휘해야 한다.
어느 한 정파와 분파의 이익을 좇거나 대변하는 활동에 매몰된다면 대중조직으로서 민주노총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고, 조직적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동안 민주노총 활동을 통해 얻은 값진 교훈이다.

다섯째 자주적 대중투쟁노선을 견지하여야 한다.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인 사회구조에서는 여전히 노동계급의 투쟁은 어렵고 힘들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철저히 독립된 자주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 노동운동의 원칙과 대의에 충실해야 하고, 어렵더라도 조합원 대중의 힘과 지혜를 모아 투쟁으로 돌파하는 전통과 기풍을 확립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회의시간을 사수하는 것, 회의참가율을 높이는 것, 집회 후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는 것, 결의사항을 확실히 집행하는 것 등 노동자를 대표하고 사회개혁을 선도하는 조직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민주노총으로 자기 혁신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이수호 후보가 제기한 구호는 ‘우리를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이다. 이 구호는 바로 조합원들의 열망과 의지를 반영한 것이고 그것이 예상을 넘는 압도적 승리를 가져왔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현장간부들의 열정과 요구라면 충분하다. 현장은 살아 있다.
이를 민주노총의 동력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새 집행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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