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국동포 이주노동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체불임금을 달라고 하니까 사장이나 노동부나 ‘출국시키겠다’고 협박하더라”는 것이 요지였다.
맘먹고 임금을 주지 않는 부도덕한 사업주라면 그럴 수 있다 치지만 노동부가 노동자의 임금이 걸린 사건에서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노동부 담당자의 말은 이랬다. “노동부는 불법체류자 여부를 떠나 체불임금건은 철저히 조사해서 해결한다. 그런데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의 경우는 불법체류로 있다가 체불임금 구제 절차를 거쳐서 신원이 파악되는 거다.
당국이 현재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을 출국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노동부에 신고된 이주노동자도 출국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같은 절차에 대한 설명이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체불임금 받으면 출국시킨다’는 협박으로 들렸던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새벽부터 힘든 ‘막노동’을 하고도 한 푼의 월급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하는 이 이주노동자도 노동부의 중재를 거쳐 체불임금을 받으려면 중국으로 돌아갈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
최근 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가 체불임금을 받으려고 백화점을 터는 절도 행각을 벌인 사건이 있었다. 사업주가 고의적으로 임금을 주지 않자 ‘경찰이 체불임금을 받아준다’는 소문을 듣고 경찰에게 잡혀서라도 체불임금을 받아내려고 했단다.

물론 정부에서도 이 같은 경우는 무조건 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우선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실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은 임금을 떼이고도 노동부를 찾아가지 않는다. 임금을 받고 출국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노동부도 체불임금건만 해결하고 ‘그냥 가시라’고 보내줄 수도 없는 일이다. 이주노동자는 체불임금 신고를 하지 않고 사업주는 이를 이용해서 임금을 떼먹고 노동부가 해결해 준다고 해도 도움을 요청하는 이주노동자가 없고, 때문에 자진출국하는 이주노동자도 없고…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고리를 끊는 특단의 대책. 무조건적인 단속과 추방이 아닌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대책. 그 무엇이 시행되지 않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경란 기자 eggs95@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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