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림 공인노무사(민주노무법인)
yyl99@kcwn.org

빛나리 호텔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계약직 노동자 나성실씨의 근로계약서에는 시업시각과 종업시각이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업무효율성을 감안해 탄력적 근로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또한 임금은 포괄임금제인데 월 175만1,260원 안에는 월 50시간의 연장근로수당, 월 120시간의 야간근로수당, 월 1일의 휴일근로수당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사용자는 정해진 월 급여에서 한 푼도 더 주지 않고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휴일근로를 맘껏 시킬 수 있으며, 계약직 노동자 나성실씨는 근로계약에 따라 정해진 월 고정급여를 받기 위해서 무리한 연장 및 야간근로를 해야 하므로 항상 피로에 시달린다.

* 출퇴근시간 사용자 맘대로

그러나 정말 나성실씨를 과로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취업규칙에 의해 시행되는 2주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근로기준법 제50조)였다.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2주 이내 기간의 평균 근로시간이 주 44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특정 일에 8시간, 특정 주에 44시간을 초과 근무해도 연장근로수당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로서 주당 평균 44시간의 근무시간외에 한 주당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다.
포괄임금제와 2주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받고 있는 나성실씨의 2주 동안 근무시간은 다음과 같았다.

위 표와 같은 근무시간이 미리 예정돼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나성실씨는 연회예약률 및 예상되는 고객 수, 정규직원들의 휴가사용 여부에 따라 ‘아침 7시에 출근해라’ ‘밤 11시에 퇴근해라’ ‘오전 9시에 퇴근했다가 오후 3시에 다시 출근해라’라고 하는 팀장의 즉흥적, 임의적 지시에 따른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봉건적이고 무지막지한 노동형태가 아닐 수 없다.

* 출퇴근시간 등 명확히 제시해야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취업규칙에 정해진 시업시각과 종업시각을 알려서 노동자가 출퇴근 시간을 예상하지 못하여 불안한 생활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정해진 근무시간외에 사용자가 업무량에 따라 임의대로 노동자의 출퇴근 시간을 변경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법제도는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돼 있는 사업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시업시각과 종업시각, 그리고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필요 없이 연장근무가 가능한 특정일과 특정주를 명확하게 작성해 서면으로 노동자에게 제출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해당 노동자는 출퇴근 시간을 명확히 알고 회사생활 뿐 아니라 가정 및 사회생활도 원활하게 할 수 있으며,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등 제반 임금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 산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있는 사용자들은 마치 근무시간을 회사 업무상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특히 노심초사 정규직 되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숨죽인 채 살아가는 비정규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악용하고 있다.

* 법위반 사업주 규제 강화해야
더욱 큰 문제는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위 사례처럼 악용하는 사용자들을 규제할 만한 법적 보호 장치가 미흡한 점인데 사용자가 시업시각과 종업시각을 분명하게 정하지 않고 노동자의 출퇴근 시간을 수시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경우 형사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물론 노동자에게 고정적인 출퇴근 시간이 있었다면 받을 수 있는 임금 전액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노동부는 행정감독을 강화해 노동법 보호에서 소외받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이 ‘탄력적 근로시간제’로 인해 무리한 노동을 강요받지 않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상담문의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02)376-0001, www.workingvoice.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