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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이대론 안된다] 저임금·고용불안에 ‘시름’
IMF체제 이후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있지만 당초 기대했던 비용 절감이나 업무효율 향상보다는 갖가지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다. 비정규직 상당수가 저임금과 직장을 언제 떠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스트레스에 시달리는데다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양극화 초래

최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부소장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3.9)를 분석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IMF사태 이후 비정규직 증가와 함께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월평균 임금 차이도 점차 확대됐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총액은 2000년 53.7%에서 2003년 51.0%로 줄어드는 등 해가 갈수록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 형태별 노동시간의 경우 지난해에는 비정규직이 주당 44.1시간으로 오히려 정규직(41.8시간)보다 일을 더 많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00년에는 정규직 47.1시간,비정규직 47.5시간으로 0.4시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으나 2003년에는 2.3시간으로 급격히 확대되는 등 비정규직의 임금은 갈수록 낮아지고 반대로 근로시간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지 양자간 소득 차이에 그치지 않고 사회 계층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앙대 신광영(사회학) 교수는 “직업이 있어도 저소득 때문에 생계에 위협을 받는 노동 빈곤층이 IMF사태 이후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비정규직 급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 780만명이나 되는 현실을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비정규직들은 고용 불안으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돼 구매력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일부 부유층의 구매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들의 구매력 위축으로 소비가 줄고 또다시 생산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영 효율 저하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경우 비정규직이 받는 스트레스는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에도 이로울 게 없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힘든 업무를 담당하지만 임금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노사 갈등의 원인이 되며 직원 간 위화감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금호타이어의 하도급 업체에서 근무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내 직장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승진이나 대우에서 좋은 대접을 받는 정규직 사원이나 정을 붙이고 지낸다”고 털어놨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부소장은 “비정규직은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고,언제라도 직장을 옮기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기 때문에 일에 대한 헌신이나 집중을 요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비정규직의 경우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져 경영 효율이 저하되고 이는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연쇄 부실을 초래한다고 할 수 있다.

◇여성 인권 침해

비정규직 중에서도 청소 등 단순보조 업무에 한정돼 있는 여성 노동자 차별은 더욱 심각하다.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남성 정규직 근로자의 40%선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고용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 등 인권 침해에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여성노조에 따르면 학교 비정규직을 13개 직종으로 나눴을 때 남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전산 보조나 체육 코치직은 일당이 4만원으로 여성 조리원의 일당(2만7000원)보다 높게 책정되는 등 비정규직 내에서도 여성에 대한 임금 차별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이나 근로조건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노조가 결성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 이를 호소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노동계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 780만명 가운데 노조 등에 가입해 최소한 노동 3권을 보장받는 수는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전국여성노조 빈순아 조직국장은 “공공부문의 일용직 여성 근로자들이 재계약 시점이 되면 도움을 요청해오지만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면서 “정부가 중구난방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용직 계약을 정형화한 가이드 라인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집부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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