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참으로 다사다난 했던 한해였습니다. 특히 두산중공업지회 배달호씨의 죽음으로 시작해 김주익, 이해남, 이용석 등 유달리 많은 노조 활동가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모두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더구나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으로 재래형 사망사고들이 급증하면서 한해 동안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소식이 끊이지 않았었습니다.
기자들도 죽음과 관련된 기사를 많이 쓰거나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일이 많았는데요, 다들 다시는 이렇게 아픈 기사 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올해는 또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동자들이 기대를 가지고 출발했던 한해였습니다. 두산중공업 사태 해결, 화물연대 1차 파업 타결, 철도 노정 합의 등으로 이어지던 상반기까지만 해도 노동계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죠.
그러나 철도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후 노정관계가 냉각되기 시작하더니 노 대통령이 쏟아낸 ‘말’로 노동자들이 많은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 특히 노동문제와 관련해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많은 말을 남긴 대통령도 처음이었는데요. ‘못해먹겠다’, ‘민주노총은 더 이상 노동운동 단체가 아니다’, ‘대기업 이기주의’, ‘목숨을 담보로 투쟁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등의 말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노동계 홍보담당자들이 나중에는 “일일이 대응하기도 지쳤다”고 할 만큼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죠.
한 노동계 인사는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으면 ‘속마음은 그게 아니겠지’하고 기대라도 해보겠는데 먼저 나서서 직접적인 말을 하니까 마지막 기대까지도 가질 수 없었다”고 토로하더군요.
노 대통령과 함께 올해 언론과 재계도 노동계에 대한 공세를 높였는데요. 특히 2년 전 ‘가뭄에 웬 파업’ 이후 대기업 노조에 대한 이기주의 공세가 심각했죠.

- 올해는 또 오랫동안 끌어왔던 주5일근무제와 고용허가제가 법제화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장고 끝에 악수’라고 내용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도 많았죠.
특히 주5일근무제는 내년 실시 사업장에서 근로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우려되고 있고 고용허가제도 강제출국 조치로 논란을 빚고 있는 등 오랜 숙제를 해결한 것과 함께 많은 과제와 문제점도 동시에 남겼습니다. 반면 비정규직 보호법안, 공무원노조법은 또 해를 넘기게 됐네요.

* “영욕을 모두 맛본 화물연대”

- 올해 노동계에서 가장 큰 영욕을 모두 맛본 노조는 아마 화물연대였던 것 같습니다. 1차 파업으로 스스로도 놀란 조직력과 영향력을 보여줬는데 2차 파업이후 업무개시 명령제가 법제화 되는 등 한해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한일 월드컵 때 유행했던 선전띠에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적었던 것도 특히 눈길을 끌었죠.
화물연대가 주목을 받기 전에 매일노동뉴스에서 현장탐방으로 화물노동자들의 고민을 담아내 관심을 모았습니다. 막상 취재 갔을 때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첫 파업에서 보여준 조직력을 보고 허언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또 철도와 궤도연대 파업, 마지막에 도시철도노조 파업 등 올 한해 운수노동자들의 투쟁이 활기를 띄었던 것도 특징이었습니다.

- 한국노총의 조직화 사업도 올해 눈에 띄었는데도 무노조왕국 삼성에서 삼성플라자노조를 만들었고 지난해 결성됐던 직업상담원노조 파업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와 함께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화시켰죠.
또한 연말에는 음식업노조를 만들어 새로운 조직화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죠. 현재 음식업노조는 전국을 순회하면서 활발한 조직화 활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 “유난히 가슴 아픈 기억 많아”

- 이와 함께 월차 휴가를 달라고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킬레스건을 자르는 극단적인 사건도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결국 비정규직 조직화에 대한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노동계가 적극적인 조직화 방안을 찾지 못해 아쉬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등장했던 순간도 충격을 줬는데요. 지금은 대부분 풀려났지만 당시 많은 구속자들이 양산되면서 안타까움을 줬습니다.

- 노조탄압으로 정신질환까지 겪다가 산재인정을 받게 된 청구성심병원 사건도 기억에 크게 남습니다. 출범할 당시 200여명이던 조합원이 10여명으로 줄어들고 그 과정에서 정신질환까지 앓아야 하면서 노조를 지키려는 조합원들을 보면서 노동자에게 노조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 노동계 사건들과 함께 노동일보가 휴간되고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이 바뀌는 등 노동언론에도 변화가 컸던 한해입니다. 기자들로서는 매일노동뉴스가 서대문 시대를 연 것도 주요 사건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 일이 많았던 만큼 주목받은 인물도 많았는데요. 두 번의 추도사로 노동자들을 눈물짓게 했던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 1급 장애인의 몸으로 수감생활을 해야 했던 대전지역건설노조 이성휘 위원장,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하던 이주노동자들이 생각납니다.

- 돌아보면 너무 가슴 아픈 기억들이 많지만 간간히 노동계에 반가운 소식들도 있었죠. 오랜 투쟁 끝에 한라병원과 인사이트코리아에서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을 쟁취했고, 홍익매점노조도 대법원에서 복수노조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죠.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투쟁 당시 방송사 비정규직노조가 추모집회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고, 직업상담원노조는 지난 파업에 남은 물품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 올해는 또 노동계 내부 커플이 많았는데요. ‘이러쿵저러쿵’ 코너에서 공식 커플로 등극했던 커플들이 모두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그 가운데 방송사비정규노조 주봉희 위원장과 이랜드노조 배재석 전 위원장이 주례를 서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매일노동뉴스가 사랑의 결실을 위해 적극 후원해 준만큼 첫 마음 잃지 말고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올해 신설된 ‘이러쿵저러쿵’ 코너도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요. 월요일이면 ‘이러쿵저러쿵’부터 읽는다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술자리 등에서 “이거 이러쿵저러쿵에서 다뤄달라”는 청탁(?)도 많았고요 “다루지 말아달라”는 경계령도 자주 듣게 됐는데요.
높은 관심만큼 내년에는 이 지면에 훈훈한 뒷이야기들로 가득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취재팀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