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활동에 대해 금품갈취, 공갈협박 등의 혐의가 부여돼 이미 지역건설노조 활동가 10명이 구속된 데 이어 최근 안산지역 건설노조 활동가 11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등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급 장애인으로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함에도 도주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수감된 대전충청지역건설노조 이성휘 위원장(44)이 수감생활 83일 만인 지난 22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 79년 전기공으로 시작하여 상용직과 일용직을 전전하며 15년 동안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러다 95년 10월9일 충북 옥천에서 고압선 배전공사를 하던 중 감전 사고로 양다리와 양팔을 모두 잃고 오른쪽 팔에 겨우 손가락 3개만 남아 있으나 그 손가락마저도 사용이 불편한 상태인 1급 장애인으로 의족을 이용해 생활을 하고 있다.



-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된 시기와 이유는?

= 산재사고가 나기 전인 93년 건설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비인간적인 대우 등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전지역건설노조 설립에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복지부장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가 산업재해를 당한 뒤에는 나 같은 산재장애인이 더 나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노조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랬지만 배전공사가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목숨을 내걸고 하는 거 아니냐. 적어도,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건설현장을 만드는 데 노조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98년 사무국장, 98년부터 2001년까지 부위원장을 거쳐 지금 위원장을 하고 있다.

- 재판부가 1급 장애인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며 1차 보석신청을 기각시켰는데…

= 도주우려란 게 말이 안 된다. 나는 가족이 없으면 하루도 생활을 못하는 사람이다. 하루에 1~2차례 의족을 벗어 세척해야 하고 절단 다리와 팔 부위 소독과 헝겊으로 감기, 화장실 가기, 옷 입고 벗기 모두를 가족이 도와줘야 한다. 그런 내가 도주우려가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나 되나.

- 교도소 수감 중 어려웠던 점은

= 수감자들의 도움으로 근근히 생활했는데 의족 세척을 할 수 없어 휠체어 생활을 했다. 세면바닥을 계속 기어 다녀 무릎에서 피가 나고 상처투성이였는데, 필요한 약품을 받아 연고만 바르고 약만 타서 먹었다.
1급 장애인이니까 병사에 수감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난방도 잘 안 되는 가병사에 수감돼 절단 부위가 시려 어려움이 많았다. 그리고 변호사 접견을 할 때도 계단이 많아 휠체어 사용이 어려워 업고 다녀야 했다.

- 이번 건설노조 탄압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 조합원이 없고 교섭 대상이 아닌 원청회사에 교섭을 요청하고 산업보건안전법 등으로 협박하여 금품을 갈취했다는 게 공안수사의 이유다.
그런데 건설현장을 한번 봐라. 1년에 800명이 죽어나간다, 산업재해가 나면 당연히 고발해 업체의 책임을 묻고 재해를 예방할 조치를 노조가 요구하는 것이 공갈협박인가?
또 노조활동가가 건설현장에 가면 원청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현장에 출입할 수 있다며 기피하고 현장소장은 원청회사의 지시대로 움직이는데 그 권한을 갖고 있는 원청회사와 교섭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 건설노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리는 주택과 학교, 공장을 만드는 위대한 건설노동자다. 공안탄압에 기죽지 말고 건설현장을 건설노동자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힘쓰자. 현장개선 투쟁을 통해 공안탄압을 극복하고 변화된 일터를 건설해 나가자.

대전 = 김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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