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귓가에 뿌득뿌득 눈 밟는 소리가 들린다.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된 영화 <아타나주아>는 끝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광활한 설원, 그 장엄한 스케일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배경이 된 북극땅 자체가 이 영화의 ‘주인공’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눈이 가득한 태고의 이미지는 숭고함마저 느낀다.

‘가장 빠른 사나이’의 45초 알몸질주

<아타나주아>는 부족의 지도자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두 집안에 악령의 힘이 끼어들어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불어넣는데서 시작된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명대사! 아타나주아의 둘째 부인이자 오키의 여동생인 푸야가 아타나주아의 형 아막주아를 유혹해 섹스를 하다 들키자(이 장면도 사실 압권이다) 아투아는 말한다. “가족이란 마음으로 사랑해야지 몸으로 해서는 안돼.”

마지막으로 이 겨울 차가운 북극의 따뜻한 에스키모의 영화 즐기기를 권하면서 엔딩 크레딧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말길 당부한다. 영화의 제작현장을 담은 후일담이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예술이다.

김경란 기자 eggs95@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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