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벌신문들이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보도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조차 물어뜯고 있다.

MBC 아침생방송 프로그램인 ‘아주 특별한 아침’은 아침 프로의 개념을 확 바꿔 버린 프로다.

비슷한 시간대에 KBS가 아줌마들 불러놓고 울고 웃길 때, SBS가 엽기적으로 비틀어진 삼류 연애소설 같은 드라마를 쏘아댈 때 MBC는 주부들도 알아야 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시사적인 주제도 자주 등장한다.

철거민 다룬 아침방송 프로그램

나는 이 프로로 인해 아침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날려 보냈다. 이 추위에 가슴이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나와 코맹맹이 소리와 연예인 같은 손짓발짓으로 화면을 어지럽게 점령한 채 문법도 안 맞는 말을 지껄이는 밥맛 떨어지는 ‘리포터’에 대한 고정관념도 확 달아나 버렸다.

이 프로에 등장하는 리포터들은 여느 프로에 등장하는 리포터와 다름없는 옷을 입고 있지만 그래도 2003년의 한국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적 갈등 속으로 뛰어 들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아주 특별한 아침’이 12월16일 아침 최근 대부분의 언론으로부터 사제총에 화염포까지 쏘아대는 도시게릴라로 묘사됐던 상도동 철거민의 힘겨운 겨울나기를 취재했다. 전기도 물도 끊긴 석기시대로 변한 상도2동 폐허더미에서 3명의 어린이와 노인을 합쳐 20여명이 고통스럽게 표현하는 주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데 프로그램 진행자는 패널들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매우 단호하게 두 가지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다음 꼭지로 넘어갔다. 진행자가 확인한 것은 세입자들은 고무새총은 쐈지만 사제총을 갖고 있지도 않고 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철거용역업체는 사제총을 쏘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그럼 이 진행자는 왜 이 같은 사실을 프로그램 출연자들과 시청자 앞에 다시 확인하고 넘어갔을까 궁금했다.

파병반대 탈영병 방송 때리기

진행자는 며칠 전 동아일보의 사설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6일 MBC ‘휴먼다큐’가 이라크 파병을 철회해 달라는 편지를 노 대통령에 보낸 뒤 농성을 벌였던 탈영 이등병의 이야기를 다룬 것에 대해 ‘탈영병 미화가 휴먼다큐인가’라는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탈영병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MBC를 보고 정상적으로 군 생활하는 장병과 그 부모들을 허탈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 탈영병에 대해서는 치기 어린 행동을 한 미숙아 정도로 취급했다. 또 동아일보는 방송위원회를 향해 이 프로그램 제작진을 징계하라고 선동하면서 사설을 마무리했다.

탈영병의 이야기는 이들 족벌신문에서는 주로 1단 기사로 처리됐다. 그가 왜 탈영까지 감행하면서 자기 주장을 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았다. 동아일보의 사설대로 이등병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정책변경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건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아마도 MBC는 그것만으로도 뉴스 가치는 충분하다고 봤을 것이다.

이 사건을 놓고 동아일보 주장대로 MBC가 탈영병 주장만 일방적으로 소개했다면, 동아일보는 육군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한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골프선수 애인은 대문짝, 철거민은…

대부분의 일간지가 17일자 지면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우즈의 애인을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 남의 나라 골프 선수의 애인이 원래 ‘보모’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대서특필하면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닫고 있는 신문들이 있다. 그것은 한국의 신문들이다.

이들은 그냥 보도하지 않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과 다른 입장에서 사회문제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철저하게 짓밟고 있다.

YS가 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상도동 세입자들은 만 1년이 넘게 외쳤지만 화염병을 고무새총에 담아 쏘기 전까지는 어떤 언론도 사람취급하지 않았다.

신문은 대신 제2의, 제3의 상도동을 낳을 게 불 보듯 뻔한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 계획은 발표 전부터 진을 치고 기다렸다는 듯이 부동산면 한 면을 다 털어 보도하는 충직함을 보였다.

이정호 언론노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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