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2년 임진왜란 당시 5월4일 서울성을 빼앗기고 진주성만 남았을 때 일본의 왜장들은 가장 힘든 승리로 진주성을 함락하고 축하연을 벌이든 도중 우리의 영원한 누님.

의기 논개는 일본의 장군 게야무라 로쿠스케의 허리를 껴안고 촉석루 의암(儀岩)바위에서 뛰어내려 아까운 생을 남강에 띄워 보냈다. 그 논개의 절개를 생각하며 쌍가락지를 떠올린다.

정말 꽉 짜여진 노사관계다. 뺄래야 뺄 수 없는 천박한 노사관계가 돼버렸다. 논개의 쌍가락지 낀 아름다운 손은 나라를 구하고자 했지만 작금의 노사는 누굴 위해 이렇게 완고한 쌍가락지를 끼웠나! 경제 회생을 위해, 노동자들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상식의 통용을 위해…

이제는 피 묻은 손들을 풀어보자. 깨끗이 씻어내자

노동자 우리 안의 차별과 독선

사회적 차별과 불균형이 이렇게 심했던 적이 있던가! 성장과 분배는 차치하고라도 똑같이 일하고도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밖에 안 되는 임금에 혹사당하는 770여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대기업에 종속되어 어음결재, 비용전가, 납품단가 삭감과 동결 및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불공정거래에 신음하는 중소영세기업들의 문제.

노사간의 극한 대립의 한판 싸움결과로 목숨까지 내걸고 항거해야만 하는 손배가압류 문제.

그러나 현재의 노동운동 방식은 이러한 사회구조를 변혁시키기 위해 장기적인 전망과 새로운 패러다임 없이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일부의 전투적 노동조합 운동진영은 불투명하고 극히 경쟁적인 사회환경이 불변한 상태로 가로놓여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당장의 임금과 고용조건 향상을 이익이라고 정의하면서 그것에 매진하는 시지프스와 같은 존재로 흐르고 있다는 국민적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현재의 노동운동은 나의 이익이 다른 노동자의 이익과 충돌할 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하는가의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 정규직의 연대가 부재된 비정규직 문제만 보아도 이러한 지적은 타당한 것이다.

한국에서 노동문제는 오직 파업투쟁이 발생했을 때만 부상하고 여기저기서 관심을 보인다. 선정적 보도형태는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식적 노동운동이 요구하는 대안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부와 일부 몰지각한 사용주의 태도다.

이런 가운데 노동세력이 사회적인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전환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널뛰는 부동산과 물가인상에 사교육비, 불확실한 노후대책 걱정에 한숨이 나지만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서민노동자 대중 앞에 기업단위의 고립된 저항은 지양되어야 한다.

사회는 변화되고 국민들은 지쳐간다. 국민대중으로부터 노동운동은 멀어져가고 있다.

사회변화를 견인하는 노동운동으로

필자가 속한 한국노총은 사회변화를 견인하는 노동운동 패러다임을 세우고자 노력한다.

갈수록 노조 조직률은 떨어져만 가고 있다. 미조직 노동자들은 과거처럼 탄압이 두려워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제 노동조합이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가입하지 않는다.

왜 노동조합이 해줄 것이 없는가? 그것은 노동조합이 고용, 건강, 복지, 상호부조의 사회적 지렛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노동조합은 이익집단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조직으로서 거듭나야 한다. 노동조합이 국민들에게 희망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동안 웬만한 손가락질은 운동의 대의를 위해 때로는 무시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국민의 따가운 손가락질을 ‘받드는’ 노동운동이 되게 하자.

이 땅의 어느 노동자라도 집회하기 위해, 불법파업하기 위해 회사에 입사하지는 않는다. 보편적 상식이 통용되고 재계가 존경받고 노동자가 일한 만큼 분배를 가져가는 사회를 바라고 있다.

이제 우리 안의 차별과 독선을 경계하며 진정 국가경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사회공동체에 대한 나로부터의 희생과 자성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노사관계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싸울 만큼 싸우지 않았나! 누굴 위해 싸웠나! 이제는 서로를 인정하자. 가진 놈이, 힘센 놈이, 권력 잡은 놈이 따뜻한 손 내밀어 보라. 따뜻한 가슴으로…

제안한다.

1400억원에 달하는 손배가압류, 불법부당노동행위, 깨끗이 털어내자. 그러면 노사관계 반드시 바꿔진다. 이제 믿을 것은 이 땅의 노동자뿐이라고 손 내밀어야 한다. 노사가 손잡고 청년실업 해소와 부패정치 청산을 위해 한 목소리부터 내어보자.

더불어 국민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지 못한 우리 내부의 문제를 고민하며 노동운동 때문에 행복해지는 국민을 떠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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