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경 부산여성회 평등의 전화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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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다. 추워지는 날씨만큼 떨리고 싸늘한 찬바람을 맞고 있는 사람들이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올 3월쯤에 참여정부로 바뀌면서 비정규직에 대한 법 개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거의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익명의 계약직 여성노동자의 상담 전화를 받았다. 영업실적도 가장 좋아서 상까지 받아도 연봉은 여전히 1,500만원이고 결혼 3년차인데 출산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얼마 전 그 여성노동자가 다시 전화를 했다. 지금 근무하는 은행에서 계약기간 3년이 끝나고 다른 지점에서 오라고는 하지만 이제 은행을 옮겨가면서 7년째 계약직으로만 근무했던 이 노릇을 그만 끝내고 싶고 눈치 안 보고 임신하고 싶다고 한다.

모성보호 확대 않고는 출산율 향상 기대 어려워

여성노동자 10명 중 7명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게 문제는 항상적인 고용불안만이 아니라 모성보호 관련 법조항을 거의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1.17명으로, 이 수치는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는 최소 출산율 2.1명보다 훨씬 낮다.

최근 정부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셋째 아이에 대해 출산장려금을 준다는 정책이 발표되기도 하고 출산수당이나 양육수당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지만 이런 대책들이 실제 출산율을 눈에 띄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여성노동자의 58%가 결혼 후 퇴직했다는 통계가 나오고 정규직도 임신하면서부터 은근히 퇴사를 강요당하는 분위기에서 비정규직이 산전후 휴가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고 따라서 임신, 출산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전국 평등의 전화에서 상담 받은 비정규직 모성보호 사례들을 보면, 공공기관에서도 임신하면 노골적으로 퇴사를 강요하고, 출산휴가 기간에는 아예 계약을 종료시키기도 했다. 2년7개월을 일용직 영양사로 근무한 여성노동자는 교육청으로부터 휴가는 줄 수 있지만 출산휴가 조항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임금은 지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파견노동자의 경우는 더 심하다. 아예 사용업체에서는 파견업체에 퇴사시키라고 압력을 넣고 파견업체는 휴가기간 동안의 임금지급이나 복직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휴가신청서를 제출한 뒤 휴가를 사용하고 근무지에 출근하니 더 이상 사용업체에서 일을 하지 못하고 파견업체 사무실로 발령받은 경우도 있었다. 결국 1주일을 출근하다가 휴가기간 동안의 임금만 지급받고 퇴사했다.
출산휴가를 주는 경우에도 법정 수준 이하인 한 달반, 두 달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휴가를 주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모성보호 비용 사회부담 늘어야

정부는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닌 20년 후의 미래를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공공부문인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부터 안심하고 출산하고 육아휴직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현행 출산휴가 시 임금은 사업주가 부담하고 있고 육아휴직 급여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반반 부담하는 고용보험에서 지급되고 있다. 모성보호 비용은 사회부담이 더욱 확대되어야 비정규직도 휴가사용이 쉬워질 것이다.
또한 임신과 출산, 육아의 중요성에 대해 정부에서부터 공교육에서,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을 변화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법과 제도의 정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현재 보장되어 있는 제도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게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안심하고 임신하고, 당당하게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사용하라고 맘 편하게 상담하고 싶다.

문의 : 부산여성회 평등의 전화(고용평등상담실)
051-557-1045-6 http://labor.busanwome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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