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로 파업 46일째를 맞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대형 슈퍼마켓 체인 노동자들의 파업이 미국 노동계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물품보관 창고와 물류센터로까지 확산되고 있다.(10월23일자 참조)

특히 지난 주말 재개된 노사교섭이 또다시 결렬된 가운데 미국 최대 노조인 팀스터(Teamster, 전미트럭운송노조)의 캘리포니아 지역지부 대부분도 24일 물류센터로 확산된 노동자들의 피켓시위 라인을 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이들 슈퍼마켓 체인에 대한 물류 배송도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27일은 미국의 최대 축제일이자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는 추수감사절로 최대의 쇼핑 대목이어서 현지 언론들은 팀스터의 지원이 사용자들에게 결정적인 압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파업은 의료보험료에 대한 부담 비용을 낮추고 보험 혜택을 축소하려는 사용자들의 요구를 핵심 쟁점으로 하고 있어 미국 노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공적 보험 부재로 사적 의료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현실에서 슈퍼마켓 노동자 파업 결과가 전국적으로 의료보험료에 대한 노사부담률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슈퍼마켓 노동자들이 대부분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이어서 유사한 고용형태를 가진 사업장과 노동자들이 이번 파업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팀스터의 슈퍼마켓 운송노동자들이 사용주들과 현행 의료보험 부담률을 유지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이번 파업을 적극 지원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팀스터 63번 지역지부는 조합원에 보내는 지침을 통해 노조파괴행위를 강력히 비난한 잭 런던의 시를 소개하며 “슈퍼마켓 노동자들의 피켓라인을 넘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한 42번 지역지부 짐 산타겔로 지부장은 “우리의 행동이 이번 파업을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될 것”이라며 “파업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파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식품상업노련(UFCW)도 “슈퍼마켓 사용자들이 팀스터 조합원들에게는 의료보험 지원을 유지하면서 매장 노동자들에게는 동일한 조항을 거절하고 있지만 매장 노동자들이 패배할 경우 다음은 팀스터 조합원들의 차례가 될 것”이라며 “UFCW와 팀스터는 공동의 목적, 공동의 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난 22일에는 워싱턴, 오틀랜드 등 미국 주요 지역에서 수천명의 노동자들이 슈퍼마켓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집회를 갖고 의료보험 지원의 현행유지를 촉구했다.
또한 이번 파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미국노총(AFL-CIO) 존 스위니 위원장도 22일 파업기금으로 25만 달러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으며 “노총 차원에서 파업 기금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섭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상황이어서 추가교섭이 재개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와 관련 ‘미 연방 조정 및 중재위원회’ 존 아놀드 대변인은“의료보험료 노사분담률에서 노사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파업에는 LA를 비롯해 남부 캘리포니아의 3개 슈퍼마켓 유통 체인 노동자 7만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달 8일 조합원 97%가 참가한 투표에서 85%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 통상 팀스터로 불리는 전미트럭운송노조(International Brotherhood of Teamsters: IBT)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조합원 140만명과 퇴직자 40만명을 대표하는 AFL-CIO내 최대 산별조직이다. 1903년에 결성 당시 IBT는 트럭운송노동자들로만 구성됐으나 현재는 다른 업종 노동자들도 상당수 포괄하고 있으며 고유번호가 매겨진 521개의 지역지부들로 구성돼 있다.
팀스터의 현 위원장은 팀스터를 현재의 조직으로 성장시킨 지미 호퍼 전 위원장의 아들인 제임스 호퍼로 지난 97년 개혁성향의 론 케리 위원장이 선거자금 모금문제로 물러나고 실시된 재선거에서 당선됐다. 노조 내 개혁과 보수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 선거는 2006년 가을에 실시될 예정이며 위원장 임기는 5년이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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