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공인노무사(서울지역중소기업일반노조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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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타면 시선이 자연스레 상대방에 신발에 머문다. 내가 서울지역중소기업일반노조 제화지부에서 활동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특히나 그 신발이 장식이 화려한 여성구두인 경우 좁은 장소에 앉아 지독한 본드냄새에 땀을 흘리는 제화노동자들이 더욱 생각난다.
그런데 제화노동자가 임금체불이나 퇴직금이 미지급돼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는 경우 제화노동자가 과연 노동자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어떤 근로감독관은 아예 “제화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너무도 당당하게 말한다. 이같이 당당하게 노동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업자등록증’과 관련되어 있다.

근로기준법 제14조는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으로서 근로자의 개념을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 14조에 규정된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자”라 함은 사용종속관계를 전제로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종속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업무수행자가 독자적인 사업자의 성격을 갖는다면 사용종속관계를 부인하는 근거로 보고 있다. 독자적으로 각각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도급을 받아 공정에 따라 노임을 받는다면 노동자성이 부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부나 법원 등은 사용종속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 단순히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느냐는 형식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문제는 실질적으로 자신이 독자적인 사업자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업자등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이를 강요하는데 있다. 즉 “사업자등록을 내지 않으면 채용하지 않겠다”는 등의 협박성 강요에 어쩔 수 없이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사업자등록을 내거나 혹은 이의 심각성을 모르는 노동자들이 쉽게 동의를 해버린다는데 있다.
사업자등록의 문제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성’이 문제가 되어 이른바 ‘특수고용노동자’라고 불리는 레미콘노동자나 학습지교사, 화물운송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AS기사, 텔레마케터, 영업판매직 노동자, 제화노동자 등 임금의 형태가 성과급으로 지급될 수 있는 노동자들에게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자등록의 문제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사업자등록을 하게 되는 경우 갑종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3.3%의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게 된다. 사업주는 노동자의 임금에서 3.3%의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국민연금이나 산재보험, 고용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므로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 위장자영업자 등록시 대처방안
현재 사업자등록의 대부분은 노동자의 동의 없이 회사 쪽에 의해 일방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국세청 납세서비스 사무처리규정 제11조 제4항 제1호에 의하면, 민원서류 접수시 민원인이 본인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아니하거나 제3자가 민원을 신청하는 경우로서 위임장이 첨부되지 않은 경우에는 민원서류의 접수를 거부하거나 반려하도록 돼있으며, 동 규정 제17조 제1항에는 민원서류를 직접 교부하는 경우에는 수령자가 본인 또는 위임장에 의해 위임받은 자인지 확인한 후 교부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본인도 모르게 사업자등록이 발급되었다는 것은 다음의 어느 하나의 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세무서 담당직원이 위의 국세청 납세 서비스 사무처리규정을 어기고, 위임장을 확인하지도 않고 사업자 등록을 발급해준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라면 세무서 담당직원이 회사와 내통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위임장을 확인하지도 않고 제3자에게 사업자등록을 내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회사에서 노동자의 동의 없이 위임장을 작성해 사업자등록을 신청한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회사는 사문서를 위조한 것이 되므로 형법 제231조 ‘사문서 등의 위조, 변조’ 위반혐의로 회사 쪽을 고발할 수가 있다.
셋째, 회사의 세무대리인이 회사의 부탁을 받고 사업자등록증을 일괄적으로 대리 신청한 경우이다. 세무대리인이 세무사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세무대리인은 어디까지나 납세자로부터 위임을 받고 납세자를 위하여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노동자의 동의 없이 사업자등록증을 신청하였다면, 납세자인 노동자로부터 위임을 받지도 않고 멋대로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한 것이 된다. 이는 직무범위를 벗어난 행위로서 세무사법 제12조 ‘성실업무’를 위반한 것이 된다.
결국 모든 노동자가 ‘특수고용노동자화’ 돼가는 이러한 추세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현재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쟁취요구와 더불어 점점 확산되어 가는 특수고용을 막아내는 구체적인 노력 또한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상담문의 : 서울지역중소기업일반노조 02-2277-6548, www.ilb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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