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계, 세계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 모색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세계화’가 사회운동세력에게 주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세계화에 대한 대응방안이 국제노동계에서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ILO 이사회에서는 17일 ‘세계화의 사회적 영향 특위’(WCSDG, World Commission on the Social Dimension of Globalization)가 세계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세계화의 진로수정을 촉구했으며 이보다 앞서 지난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에서는 자본 중심의 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세력들간의 다양한 연대 방안이 모색됐다.

* 유럽사회포럼 노동·시민운동 연대 강조
특히 유럽사회포럼 기간 중에 열린 ‘유럽노조포럼’에서는 세계화가 노동의 핵심적 가치들을 파괴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운동세력과 시민사회운동간 적극적인 연대가 강조됐다.
유럽노동계 대표들은 “자유시장을 지향하는 조악한 세계화가 평등, 자유, 그리고 적정임금과 노동조건을 위협하고 있다”며 “시민사회 그룹들과 노동운동간에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됐다.
포럼에 참여한 국제자유노련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도 남아프리카와 폴란드에서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의 연대를 통한 사회변혁운동을 예로 들면서 “앞으로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의 연대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더 사무총장은 또 “세계경제의 가장자리에서 합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다수의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과 진보적 정부를 위해 사용자들과의 협상만큼이나 시민사회와의 강한 연대가 중요하다”며 “이러한 연대를 통해 공공서비스를 보호하고 정부에 강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럽사회포럼은 15일 내년 런던에서 3차 포럼을 개최하기로 하고 대회를 폐막했으며 파리 시내에서 노동자와 시민 등 10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반 세계화 시위를 벌였다.

* 현 세계화 윤리적·정치적 타당하지 못해
이와 함께 WCSDG 공동의장인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은 ILO 이사회 연설에서 “지금까지의 세계화가 경제적 측면에 치우치면서 국제적으로는 ‘남북격차’를, 국내적으로는 계층간 격차를 초래했다”며 “현재 윤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타당하지 못한 세계화의 진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연설내용은 지난해 2월부터 WTO 사무총장, 세계은행 총재 등 세계화 관련 국제기구 대표들과 진행해 온 논의과정에 대한 중간보고 성격을 띠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할로넨 대통령은 “우리 출발점은 지속 가능한 세계화가 반드시 인간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세계화가 빈곤과 실업을 줄이고 성장과 개발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세계화에 대해 극소수만이 그 혜택을 차지할 뿐 절대 다수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세계화가 국가간, 계층간에 승자와 패자를 명확히 가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녀의 지적에 따르면 선진국은 내부적으로 많은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1차적 승자가 됐지만 그 반대편에는 저개발국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은 빈곤과 문맹, 분쟁, 지정학적 불리, 부실행정, 단일 상품에 의존하는 경제시스템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는 현실이다.
국내적인 면에 대해서도 세계화의 경제적 혜택과 사회적 비용이 사회 계층간에 골고루 분배되지 못하고 있으며 선진국에서조차 노동자들이 무역자유화와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등으로 악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할로넨 대통령는 국내적 차원에서 “사회정의, 양호한 교육 및 소득분배시스템, 사회안전망, 정치기반을 가진 국가들은 세계화의 이득을 볼 가능성 더욱 높다”고 지적했으며 국제적 차원에서도 “세계화를 긍정적 흐름으로 만들기 위한 국제적 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같은 규범은 기회를 창출하고 소득을 결정하는 모든 측면에서 공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WCSDG는 지난해 2월 세계화가 유발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ILO의 특위형식으로 구성됐으며 내년 2월 최종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있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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