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정신은 민주노조운동의 원류입니다. 전태일 기념관 건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청계천 전태일 기념관 추진위원회(추진위). 어느덧 발족한지 두 달이 넘었다. 전태일 열사 분신 33주기를 맞아 더욱 관심을 모아왔던 만큼, 그동안 ‘성적’(?)이 궁금하다.

지난 13일 저녁 명동 전진상 복지관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추모의 밤 행사 다음날인 14일 추진위 실무 총괄책임자인 배기남 집행위원장(사진, 민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을 만났다.



* 초기자금 마련 쉽지 않네
지난 7월 추진위를 발족했지만 초기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단다. 그래서 이번 추모의 밤을 계기로 초기자금도 모으고, 노동계의 적극적 동참도 요청할 계획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초기자금은) 목표의 절반정도요. 초기 사업자금이 부족했어요. 당장 실무자들 활동비도 못 챙겨주고 있는 걸요.”
많이 공을 들였지만 생각보다 실적이 저조한 듯 하다. 이날 들어온 후원금도 그동안 빚진 광고비를 다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단다.
“잇단 노동자 자살항거에 따른 투쟁 국면이잖아요. 많이들 오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도 적지 않은 산별 임원들이 와 주었어요. 앞으로 열심히 현장을 돌아다닐 계획입니다.”
추진위는 그동안 전태일 열사의 분신년도를 기념해 1,970명의 추진위원 모집, 지난달 25일부터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추진위원은 초기 추진위원금 10만원, 매달 2,000원씩의 회비를 내야 하는데, 초기자금 마련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화가 꾸준히 오는 걸 보면 관심이 높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정확한 집계는 못했고요, 현재 대략 100여명 이상 신청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목표인원에는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워낙 장기적인 사업이긴 하지만, 한창 ‘피크’인 전태일 추모기간에도 이 정도면 좀 걱정스럽다. 게다가 현재 서명운동도 중단된 상태란다.
“아무래도 사업을 뒷받침해줄 실무력 부족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 각 1명씩 지원하고 있는데 상근은 아니고요.”
결국 재정이 문제다.

* 국민이 공감하는 전태일 기념관
배 집행위원장이 구상하는 기념관은 어떤 모습일까. 소위 그림이 그려져야 각계각층을 만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테니.
간단히 말하자면, ‘모두의 전태일’로 기억되길 바란단다. 기념관만 우뚝 서 있기보다 노동자, 학생, 시민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복합공간’ 말이다. 공원을 찾았다가 기념관에도 들러보고, 대강당, 실업자교육훈련기관 등 교육공간을 마련해 노동자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그런 곳. 또 노동기본권, 사회민주화를 상징하는 세계적인 명소.
“우리 모두 알고 있다시피 70~80년대 노동운동은 전태일 정신의 계승에서 시작된 것이죠. 그럼에도 이념화(기념화)에 아주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내용적 측면도 제대로 갖춰서 제대로 계승해야죠.”
핵심은 전태일 정신을 3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어떻게 해석되도록 할 것이냐다.
“전태일 기념관이 ‘위인전’ 수준에 끝나면 안 됩니다. 노조운동의 중심은 전태일 정신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이제는 개인, 사업장 차원을 넘어 거시적 차원에서 노조운동의 미래비전을 찾아야 합니다. 전태일 기념사업을 통해 새로운 의식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생각처럼 만만치는 않다는 걸 안다. 결국 노동자 스스로 그 일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노총 차원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지금은 어려운 투쟁시기인 만큼 이 일에 전력을 쏟고 있지는 못하지만, 현안 문제가 조금씩 해결 되는대로 각 조직에서 적극 나설 것으로 믿습니다.”
추진위원, 또는 일반회원(매달 2,000원씩 납부) 신청을 하려면, http://www.juntaeil.com, 전화 02-3672-4138, 계좌번호는 국민은행 375301-04-003711 예금주 : (사)전태일기념사업회로 하면 된다.

연윤정 기자(yon@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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