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치소 수감자 백철현

저는 삼성여객 싸움을 하다 구속된 백철현입니다. 저의 직접적인 구속계기가 된 삼성여객은 물론, 얼마 전 100일 이상의 파업투쟁을 패배로 마무리한 한성여객, 중앙고속 등 거의 모든 버스업체들의 시계는 육중한 철문처럼 갇혀 70년대 또는 80년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사측의 구사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뿌리 깊은 어용노조, 조합원들 일부를 구사대로 활용, 노조간부의 조합비 횡령, 비리, 해고자 발생과 투쟁에 대한 방조 또는 직접적인 탄압 등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여객 사업주들은 그들이 길들여놓은 어용노조가 있기 때문에 노조탄압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구속되던 10월23일에도 어김없이 어용노조 간부와 매수된 일부 조합원들이 구사대로 나서서 탄압했습니다. 심지어 한 노조 간부는 경찰서에 증인으로 출두해 반노동자적 진술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삼성여객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해고자 복직이라는 요구를 내걸고 투쟁했습니다. 대부분 버스업체들이 그런 것처럼 삼성여객 역시 6개월 한시 계약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6개월이 지나면 관행적으로 계약을 연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6개월 계약직으로 들어온 이민수 동지가 노조민주화 투쟁을 전개하자 곧바로 해고시켜버렸습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해고는 법적으로 정당한 것이다", "해고자가 노조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를 방관하고 심지어 탄압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남옥현 동지는 해고자 투쟁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역시 해고를 당했습니다. 이렇게 비정규직 문제와 해고자 문제는 반복적인 노동탄압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용산경찰서는 사측과 암암리에 결탁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그들은 사측 구사대들의 이민수 동지에 대한 집단 폭행 건에 대해서도 쌍방 폭행을 적용, 두들겨 맞기만 한 이민수 동지에게 벌금이 떨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초기 경찰진술에서 폭행 당사자가 이민수 동지가 맞기만 했다고 진술을 했는데도 말입니다.
23일 집회 당시에도 우리들은 평화로운 집회를 마치고 사장과의 예정된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사장은 이미 도망가고 없었고 구사대 60~70여명은 면담대표 5명을 물리적으로 에워쌌습니다. 그러자 밖에 있던 20여명의 우리 동지들이 구사대에 항의를 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면담대표들은 다음날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때 갑자기 100여명 이상의 경찰이 진입해 들어왔습니다. 경찰은 약속이나 한 듯이 우리들에게 달려들어 집단폭행과 강제연행을 시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비과장은 갑자기 저를 지목하여 "경비과장을 폭행했다, 연행해라"고 지시했습니다. 저는 이유도 모르고 4명의 동지들과 함께 연행을 당했습니다. 연행과정에서 임태환 노민추 대표는 갖은 욕설과 함께 정강이를 군화발로 차였고, 김기환 동지는 의치가 부러지는 폭행을 당했습니다.

경찰은 맞고소를 하기 위해 진단서를 끊겠다는 우리들의 요구를 끝까지 외면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경비과장 2명의 전경, 구사대 1명을 경비과장을 폭행 증인으로 대질을 시켰습니다. 다음 날 확인해 보니 경비과장은 코뼈가 부러져서 전치 3주의 진단서를 끊었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비디오 채증자료나 사진 등 어떠한 객관적인 증거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당치도 않는 저에 대한 구속 역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권과 자본의 노동탄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연행되기 이전에 이미 김주익 동지와 이해남 동지가 자결과 분신 투쟁을 했는데 연행 이후 이용석, 곽재규 동지가 분신과 투신을 하였다는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현실이 참으로 비참할 뿐입니다.
지난 12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정권은 또다시 살인 정권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집회를 하던 노동자들을 100명이나 넘게 연행하는가 하면 40여명을 구속하기도 하였습니다. 민주노총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 금속노조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하였지만, 자본가 독재 정권인 노무현 정권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더욱 치열한 총파업 투쟁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동지들!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은 끊이지 않고 정세는 서서히 타오르고 있는데 제가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구속자 머릿수를 채워서 정권의 노동탄압을 폭로하는 것 뿐이군요. 여하튼 이 곳에 제가 할 수 있는 투쟁은 의연하게 감당하겠습니다. 동지들의 가열찬 투쟁을 기대하여 건승을 빌겠습니다. 투쟁! 제한 없는 무기한 총파업 투쟁으로 노동탄압 박살내고 노동자 계급해방 쟁취하자!

※ 버스투쟁 관련 구속자들에게 연대의 뜻을 담은 편지와 면회투쟁을 조직해 주시길 바랍니다.
성동구치소 수감자 : 박상규 72번, 신호승 30번, 정병환 79번, 노수남 75번, 김정대 52번 / 이상 한성여객, 박순영 2068번 / 삼성여객
영등포구치소 수감자 : 백철현 3487번, 김기환 344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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